전문가 "북한 체제 흔들기…'협상은 없다' 신호 의미도"

미국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8일 방한한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입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해 "동시대에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범죄(worst crime)"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파워 대사는 이어 3박 4일 간의 일정에서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과 탈북자 대안학교인 '다음학교'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탈북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워 대사는 하나원을 방문한 뒤에는 트위터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인 만남"이었다고 적기도 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못지않게 파워 대사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도 집중한 셈이다.

여기에 10일에는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방한한다.

이번 방한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 총회 북한 인권 결의안의 본격적인 추진을 앞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킹 특사는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통상적으로 북한 인권 결의는 10월 말 추진돼 왔다"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킹 특사는 이번 방한 기간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열리는 통일연구원 주최 포럼에 참석하고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등 정부 관계자도 만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방한을 통해 자연스레 북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북한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문제를 다양한 경로로 비판하면서도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국제기구나 민간 차원의 활동에 상대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독재와 그에 따른 주민의 피해 문제는 북한이 그동안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온 부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존엄'의 통치에 대한 비판이나 탈북자 등의 북한 인권 운동에 대해 다른 문제보다 더 격렬하게 반응해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과시로 분석했다.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것은 북한에 '이제 협상은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란 의미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맞서서 대응할 수 없는 독재, 인권탄압, 경제적 모순 부분을 타깃으로 함으로써 체제 자체를 흔들려는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과 더 이상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도 "전방위로 대북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인권문제를 내세우는 태세로 보인다"며 "그동안은 협상을 위해 '인권' 부분을 남겨뒀다면 이제는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이어 "미국은 인권 문제를 동력으로 대북 제재를 한층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인권 문제를 얘기하면 북한과 함께 중국도 동시에 압박할 수 있고 유럽 등 서방 국가의 협력을 얻기도 쉬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