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풍계리·원산 이상징후 포착…한미 감시전력 증강운용

우리 군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일)을 맞아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해 증강된 감시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9일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대형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합 감시전력을 증강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RC-800(금강)과 RF-16(새매) 등 정찰기 운용 강도를 높였고 주한미군의 U-2 고공정찰기도 출격 횟수를 늘렸다.

일본 가네다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최신예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도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을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서해 위성발사장)에서 평소보다 활발한 인력과 장비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북한이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도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움직임이 파악됐다.

북한이 6차 핵실험뿐 아니라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북한이 풍계리와 동창리, 원산 일대에서 동시에 이상 징후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당 창건 기념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에는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았다.

과거 북한이 주로 오전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 창건 기념일인 10일 오전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다시피 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과거 어느 때보다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도발을 감행한다면 지난달 공개적으로 성능시험을 마친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을 장착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이 추력을 80tf(톤포스)로 밝힌 이 엔진을 장착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다면,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게 된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8일(현지시간)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 최근 은폐용 구조물이 설치됐고 차량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 직후 '핵탄두 폭발시험'을 했다고 주장한 북한이 이번에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북한의 핵탄두 개발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을 굳힐 수 있다.

북한이 외부의 예상과는 달리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한 시점에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작년에도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발사대 증축공사와 엔진 연소실험을 해 이곳에서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기념일 전후로 대형 도발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에서 ICBM인 'KN-08'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과 신형 300㎜ 방사포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은 71주년인 올해 당 창건 기념일에는 열병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꺾어지는 해'(매 5주년이나 10주년)가 아닌 경우에는 대규모 열병식을 하지는 않았다.

이번 기념일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을 조용하게 넘길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가 나오는 시점이나 다음달 초 미국 대통령선거에 맞춰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는 방식을 즐겨 사용해온 북한은 이번에도 외부에 주는 충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택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든지 대형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한미 양국 군의 감시자산을 총동원해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