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부자 초상화 지키다 사망한 사람들 '띄우기'

북한이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처참한 홍수피해 때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를 지키려다가 숨진 사람들을 띄우며 체제 선전에 이용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4면 전체를 할애한 '정론'을 통해 김 씨 부자의 초상화를 지키려다가 숨진 김종길 씨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신문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떠내려가는 때에조차 그는 손을 내밀지 못했다"며 "몸에 걸친 옷마저 찢겨나가는 격류 속에서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보위하기 위하여 억세게 틀어쥔 배낭끈을 끝끝내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주일 후 수십리나 떨어진 곳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하였을 때 이곳 종업원들은 피 같은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면서 "습기 한 점 배지 않은 20여 상의 초상화, 한목숨 바쳐 신념과 의리를 지킨 그 충정의 인간 앞에 누구나 숙연히 머리 숙였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보위하는 길에 서슴없이 목숨을 내댄 회령시 송학고급중학교 10명 교원, 학생들의 최후를 영원히 기억하리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수해지인 함경북도의 한 학교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를 건지려다 1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5일 보도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홍수나 화재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김부자 초상화를 보호하는 주민에 대해서는 영웅으로 치켜세우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정치적 처벌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