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내겠다" 강한 의지 노출…"수권능력 자신감, 경제살릴수 있어"
1만자 원고에 '성장' 36회 언급…문전성시 행사장 DJ·盧 아들들 '눈길'
"개문발차, 안보 정책도 준비"…"창조경제·녹색성장 포용" 주장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심포지엄이 열린 6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은 600∼700명의 정계·학계 인사가 몰려 그야말로 대선 후보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싱크탱크 창립을 두고 사실상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책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세상이 바뀔 거라는 희망을 드려야 한다.

제가 반드시 그렇게 해내겠다"고 강조하는 등 대권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달라진 문재인'의 모습을 노출, 이후 행보에 더 고삐를 죌 것을 예고했다.

행사장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홍걸씨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달라진 文 "수권능력 자신감…기적의 역사 이제 시작" = 문 전 대표는 이날 과거와 같은 성장-분배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국민성장'을 앞세워 정권교체 의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 문 전 대표의 A4 용지 14장, 1만자가 넘는 기조연설문에는 출마선언문을 떠올리게 할 만큼 비전과 각오가 고스란히 담겼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48회로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 '경제'라는 단어도 38회, '기업'이라는 단어도 37회를 사용했다.

보수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장' 이라는 단어도 36회나 등장했다.

대선 어젠다 경쟁에서 성장담론을 선점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특히 이전과는 달리 내년 대권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직접적으로 노출한 점도 눈에 띄었다.

그는 "우리의 수권능력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경제를 살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이 돈버는 성장' 시대로 가기 위한 저의 구상을 말하겠다", "비정규직 문제는 중차대한 문제로 민주정부도 해결못했다는 반성을 한다.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하는 등 자신이 직접 최전선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 영광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라고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연설 도중에는 행사장에서 "문재인! 문재인!" 이라는 연호가 터져나왔다.

문 전 대표는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연설을 했지만 중요한 대목에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기조 연설 직전에는 "제주와 울산 등에서 태풍 피해가 심하다.

그런 가운데 행사를 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행사를 마치는 대로 수재 현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행사 전 싱크탱크 주요 인사들과 오찬을 하거나, 행사장에서 취재진을 비롯해 내빈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것도 이전에는 보기 힘든 적극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싱크탱크의 성격에 대해 "외교·안보 분야 정책은 언제 소개하느냐"는 질문에는 "언론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또 부지런히 준비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기정 연구위원장도 "오늘 행사는 개문발차 하는 것"이라며 싱크탱크의 규모를 더 키워가며 활동을 활발히 할 것임을 예고했다.

◇ 문전성시 행사장…"정권교체" 한목소리 = 행사장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주최 측이 미리 준비한 300여석의 의자가 꽉 찬 것은 물론 300~400명은 선 채로 연설을 들었다.

국정감사 기간인 만큼 현역 국회의원은 김경수 김병기 의원 등 두명만 참석했지만,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이나 노건호씨에 이어 국민의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낸 정동채 전 장관 등도 참석했다.

노씨는 참석자들과 사진을 함께 찍으면서도 "문 전 대표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연설과 토론에 나선 인사들은 하나같이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장을 맡은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여기 모인 이유는 같을 것이다.

시대적 과제가 엄중하다"며 "국가의 대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변화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며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에서부터 지켜본 분으로 능히 새로운 길을 개척할 짐을 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자문위원장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은 중도 실용노선으로 가되, 국민성장이 변화를 이끌어내고 국력재생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포지엄에서는 김현철 국민성장추진단장과 최종건 한반도안보신성장추진단장이 기조발제를 했다.

최 단장은 "그동안 우리 안보는 안보불안에 대해서만 얘기하면서 해결은 못하는 '극장안보'에 불과했다"며 "이제는 성장을 도모하는 포괄적 안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훈 안보외교분과위원장은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제재, 압박, 붕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마구 달려갔다"며 "우리가 한국을 책임지고 있었다면 국민이 이렇게 불안해하고 무력충돌을 걱정하는 상황까진 안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기존 야권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발언들도 이어졌다.

임춘택 과학기술분과 간사는 "창조경제도 (개념을) 잘 잡긴 했다 고칠 건 고쳐서 쓸 수 있다고 본다"며 "녹색성장도 나쁘진 않았는데 성과가 없었던 것이 문제다.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호 정책기획관리분과 위원장은 지방분권도 중요하다면서 "(싱크탱크가) 한 달에 한 두 번은 지방에서 보고회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