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현안에 사견 밝히지 않는 게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MIKTA 앞서 호주 동포간담회…"세월호, 필요한 조치됐다 말 못해"


정세균 국회의장은 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로 새누리당이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과 사퇴·사과를 요구하며 국정감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뭔가 '복선'이 있긴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중견 5개국(MIKTA: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를 방문한 정 의장은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의 강경투쟁이 법인세율 인상을 저지하려는 선제 조치나 '의장 길들이기'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정 의장은 "제가 그 사람들(새누리당 의원들) 뱃속에 안 들어가 봐서 (속내는) 모르고, 점쟁이도 아니니 점도 치지 못한다"면서도 "그냥 아주 순수하게만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정치싸움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곤욕을 치렀다"며 "잘못했으면 (호주에) 못 올 뻔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어떤 안이 올라오면 국회의장은 그 안건을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자기 마음에 든다고 처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처리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해임안 처리가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런 사정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비난에 이어 '가족사'까지 거론된 데 대해 "사람이 살다 보면 억울한 일도 당한다.

억울한 일 하나도 안 당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심정을 토로했다.

정 의장은 다만 "여러 얘기는 하지 않겠다.

어차피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 복귀해서 봉합됐는데, 제가 또 많은 얘기를 하면 그게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언급을 자제하면서 "그런 차원에서 넓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정기국회 개회사 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했을 뿐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하는 게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는 여당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지역 아니냐. 그래서 그런지 (정부가) 열심히 소통을 안 한 것"이라며 지역민, 국회, 중국·러시아와의 소통이 부족해 정부 스스로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더 충격적인 게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다.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쏘는 게릴라전 같은 것"이라며 "(SLBM 요격은) '사드 할아버지'도 못 한다.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우수하고, 재래식 무기는 우리가 훨씬 세고,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와 '킬체인'도 있다고 했는데, SLBM이 나오면서 낭패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회의장이 어떤 '액션'을 취해서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한계가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참사가 2년 넘었고, 그때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반성했다"며 "그러면 과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했느냐, 그걸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없다.

그게 아직도 우리의 부족한 점"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장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할 만큼 했는데 이게 반영이 안 되면 다수결에 승복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도 '벼랑 끝 전술'을 쓴다.

뻔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면서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이라며 "고집부리고 그런 것이 좀 고쳐져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애초 지난달 29일 출국해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로 이동하려 했지만, 해임안 처리 문제로 새누리당이 법적 대응에 들어가자 뉴질랜드 일정을 취소하고 출국을 미뤘다.

지난 2일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새누리당이 국감 복귀를 선언하자 "국회가 걱정을 끼쳐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이튿날 출국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