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핵실험후 주택 균열, 김정은 주먹구구 지시에 주민 불만"
"김정은, 위해 두려움에 함경북도 방문 않는 듯"


북한의 지난달 5차 핵실험으로 인해 함경북도 수해 지역의 피해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보도했다.

이미 홍수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피해 지역과 가까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감행해 지반에 추가로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최근 RFA에 "수해로 붕괴 위기에 놓여 있던 살림집들은 핵실험 이후 눈에 띄게 균열이 심해졌다"며 "복구 작업이 시작되면서 잇따라 산사태가 발생한 원인도 핵실험으로 약해진 지반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풍계리에서 수해 지역인 연사군까지는 80km, 무산군까지는 100km 거리라며 핵실험으로 인한 진동이 뚜렷했다고 RFA에 전했다.

이런 충격이면 수분이 많이 축적된 토사나 붕괴 위기에 놓인 건물에 위험이 가중됐을 수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분석이다.

소식통은 수해 복구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것도 핵실험의 영향일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RFA는 전했다.

이 밖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각종 무리한 피해복구 지시로 수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RFA에 김정은 정권이 노동당 창건일인 이달 10일까지 복구를 끝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한꺼번에 많은 인력을 투입했다고 비난했다.

RFA에 따르면 김정은은 수재민들의 거주 공간으로 이달 20일까지 5층짜리 '현대적인 아파트'를 지으라고 지시하기도 해 주민들이 날림공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은이 수해 지역을 아직 방문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 정권에 정치적 불만이 높은 함경북도를 찾았을 때 자칫 위해를 입을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피해가 가장 많이 난 연사, 경흥, 경원, 무산 등은 사실상 거의 평양 정권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라며 "국경 건너 중국 쪽에 대량의 탈북민들이 있고, 김정은이 온다는 것을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도 "정치적으로 불만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김정은이) 안 갈 수 있다"고 VOA에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