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주식 공매도 기간 '60일'로 제한 추진
새누리당이 상장 주식의 공매도 기간을 60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의 공매도가 과도한 주가 하락을 부추겨 개인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공매도 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적정 주가를 찾아가기 위한 자생적 질서와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홍문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4일 기간 제한이 없는 공매도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미리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해당 주식을 되사서 갚는 매매기법으로 헤지펀드 등 기관이 주로 구사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식을 대여해서 공매도하는 기관 등은 최장 60일을 초과해 공매도할 수 없으며, 60일 이내에 빌린 주식을 매수해 상환해야 한다. 이때 투자 기간을 60일로 제한한 것은 일반 주식투자자들의 신용거래 상환기일인 60일에 맞춘 것으로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형평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홍문표 의원은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사서 상승할 때만 수익을 누릴 수 있지만 기관은 공매도를 통해 주가 하락 때도 수익을 얻는다”며 “기관의 공매도로 특정 주식의 상승을 제한해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계약파기 공시로 18% 넘게 폭락해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겨다 줬지만 반대로 당일 공매도한 투자자는 평균 13%가 넘는 이익(평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한미약품 공매도 물량(10만4327주)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616억원)도 전날(48억원)보다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당국이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이 있었는지 긴급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전체 주식거래금액(1196조원)의 3.03%(36조원)였던 공매도 거래비중은 올해(1~9월) 6.33%(53조원)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 내용을 전해 들은 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롱쇼트전략(오를 것 같은 종목을 사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개정안은 두 달 이내 빠질 종목들에 대해서만 공매도하라는 것”이라며 “이 경우 단기매매만 기승을 부리게 되고, 장기적 안목에 따라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을 분석하는 투자자는 설 땅을 잃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평가 종목을 발굴해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거나 시장의 변동성 위험을 헤지(위험 회피)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공매도 본연의 역할도 퇴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금융당국이 공매도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잔액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투자기간 제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어서 국회 통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상미/박종필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