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뒤 국회 풍경도 확 바뀌었다. 국회의원실로 들어오던 크고 작은 청탁이 몰라보게 줄었다.

당장 ‘상원 상임위원회’로 불리는 법제사법위 소속 의원들은 그간 ‘단골 청탁’인 교도소 수감자 특별 면회 요청에서 ‘해방’되는 분위기다. 일반 면회는 10분 정도로 짧은 데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이뤄지지만 의원을 통한 특별 면회는 유리벽 없이 30분가량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구민들의 부탁이 끊이지 않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특별 면회 요청이) 많게는 한 달에 수십 건도 들어왔다”며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지역민과 의원을 연결해 주는 ‘특별 면회 브로커’까지 활동할 정도였지만 이젠 청탁 요청 문의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탁이 많아 ‘청탁 위원회’로 불리던 국토교통위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엔 KTX 열차표를 구해 달라는 요청이 쌓일 정도로 많았지만 법 시행 직전이던 올 추석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온 것도 김영란법 시행을 이유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휴가철 비행기 티켓’ 청탁도 이젠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들에게 들어오던 단골 청탁은 각종 공연·영화·축제 티켓으로 한 장에 10만원을 넘는 고가 표다. 지난해까진 각종 지역 페스티벌이나 공연 표 수십장이 의원실에 배달됐지만 이젠 영화 표 한 장 들어오지 않는다고 교문위 소속 의원 비서관이 전했다. 이 비서관은 “다른 때보다 행사가 많은 여름과 가을에 표를 구해 달하는 민원 때문에 국정감사나 입법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며 “이젠 부탁이 없을뿐더러 청탁이 들어와도 김영란법을 핑계로 거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