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악화·저혈당 '쇼크' 위험 수준에 응급차 대기
당내 입지·정국 주도권까지 고려한 정치적 단식 해석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2일 중대 고비를 맞았다.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본회의 통과와 그 과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의회주의를 복원하겠다"며 단식에 들어간 지 꼭 일주일이 됐다.

마침 전날은 이 대표의 58번째 생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을 보내 단식을 만류했고, 이 대표의 부친도 전화를 걸어 "네가 져야 한다"라고 아들의 건강을 걱정했으나 듣지 않았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한 측근에게 "많이 괴롭다"는 한마디를 힘겹게 꺼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혈당이다.

70mg/dl 이하로 떨어지면 쇼크가 올 수 있는데 생수와 식염만 섭취하는 이 대표의 혈당이 그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서진은 전문 의료진과 응급차 대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의료진을 거절하고 있지만 그나마 건강 상태를 체크하던 국회 상주 의사마저 휴무이기 때문에 응급 대기가 필요하다는게 비서진의 판단이다.

단식 첫날부터 다른 방에서 대기하던 보좌진은 전날부터 아예 같은 단식농성장에서 잠을 자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 대표의 주변에서는 이 대표가 성격상 대충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에 입문해서부터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이 대표는 이번에도 끝을 보고야 말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단식이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통하지만 보수 정당의 첫 호남 출신으로서 당내에서 지연과 학연이 거의 없는 이 대표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정 의장과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제1야당과 '건곤일척'의 맞대결을 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표의 공언대로 정 의장의 사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여소야대에서 정 의장 사퇴안이 가결되지도 않겠지만, 정치적으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없다.

대신 정 의장이 3일 출국에 앞서 국내 문제를 털기 위해 원내 수장으로 국회 파행과 여당 대표의 단식에 대한 깊은 유감 표명을 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해임안 정국을 이렇게 돌파한다면 이 대표의 입지는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8·9 전당대회 승리로 취임한 지 두 달도 안된 상황에 이미 이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비박(비박근혜)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한동안 잠잠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정기국회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내년 대선 정국에서 당 대표의 권한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특히 이 대표가 공언한 '슈퍼스타 K'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을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이나 더 나아가 호남 득표율 제고를 위한 이 대표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도 영향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20대 첫 국감이 파행으로 얼룩졌고, 게다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이 희석되면서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유리하게 돌아간 점 등은 두고두고 정치적 부담으로 남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