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국 취소할 경우 '데드라인' 구애없이 강경 기조
여야 원로 물밑 정치적 중재 가능성이 출구 열 가능성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이후 조성된 국회 파행 국면에서 국제회의 참석 취소도 불사하며 그야말로 '끝장 승부'를 벌일 태세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각 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와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의 적법성과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또 "법대로 하자"며 자신에 대한 형사고발과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조처에 대해 전혀 굴하지 않고 오히려 최근 새누리당이 제기한 방미 일정과 가족 등 의혹에 대해 맞대응하겠다는 뜻도 다시 확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마 만약 (국회가) 정상화가 되지 않는다면 제 출장에 차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3일부터 시작하는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 일정 취소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믹타 국회의장 회의는 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호주 등 5개 중견국 국회의장이 참석하는 행사다.

믹타 자체가 우리 정부 주도로 출범한 것인 데다 입법부의 외교적 역할을 늘 강조해 온 정 의장은 최근 국회 파행 사태에도 이번 회의에는 꼭 참석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이마저도 포기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각국 입법부 대표가 참석하기로 약속한 국제회의에 돌연 불참을 통보한다면 외교적 결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재 대치 국면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맞서겠다는 '배수진'을 치는 동시에 국회 정상화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통해 정당성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새누리당이 3일 해외 출국 일정 취소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굳이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애초 정 의장의 출국일 전까지 어떻게든 타협점이 마련되리란 예측은 힘을 잃었고 현재의 국회 파행 사태는 다음 주까지 계속되리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예정된 출국 시간인 3일 오후라는 '데드라인'이 지나버린다면 정 의장이 강경한 입장을 꺾을 가능성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2일이나 3일 오전에라도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 모두에게 국회 파행 장기화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 의장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포괄적 유감'을 표명하거나 단식투쟁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위로 방문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식으로 사태 봉합이 시도될 것이라는 예상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여당이 요구하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확보 방안 마련에 대해 정 의장이 전향적인 입장인 것도 막판 협상의 실마리다.

또 최근 청와대까지 나서서 여야 모두를 접촉하며 국회 정상화를 설득하는 상황인 가운데 여야 원로들의 물밑 중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