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출석 의사를 밝힌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27일 굳은 표정으로 국방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감사 출석 의사를 밝힌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27일 굳은 표정으로 국방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27일 당론에 반기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한 당론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감장으로 향하려다 이를 저지하는 동료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국감장에는 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후부터 국감에 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위해 분투하는 모든 의원에게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국감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동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조종사와 승무원 세 명이 헬기 추락으로 생사를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국감 참여 방침은 당론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4일 정 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 처리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정 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26일 시작된 국감에 일절 참석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김 위원장의 국감 참석을 만류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감 사회를 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실에 사실상 ‘감금’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무성 전 대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권성동·김성태 의원 등은 이날 오전 11시5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위원장실에 번갈아 드나들며 국감을 열지 말라고 김 위원장을 설득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국방위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며 “이래선 안 된다.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는 사이 야당 의원들도 국감장을 떠나면서 국방위 국감은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국방위는 전쟁 중에도 열려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며 추후 당 방침과 상관없이 국감을 열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당내에선 정 의장 사퇴 요구는 계속 하되 국감 전면 거부 방침은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을 외면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