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단식 쇼 지적에 "내가 하는 건 쇼나 장난 아니다"
당 일각선 국회 보이콧 장기화 우려 목소리도 고개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지 나흘째인 27일에도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강력 촉구하며 전방위적 압박 공세를 계속 이어갔다.

이정현 당 대표는 단식 농성을 지속했고 초선 의원들은 정 의장의 출근 저지를 위한 의장실 항의 방문에 나서는 등 말 그대로 당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 의장 사퇴를 위해 당력을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한 단식 농성을 이틀째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농성 현장인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이 보기에는 이것이 쇼로 보이겠지만, 이정현이 하는 것은 쇼가 아니다.

며칠까지만 단식하겠다고 정해놓고 장난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표했다.

또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행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특강에서는 "집권여당 당대표가 약자들이나 하는 단식투쟁을 하는 게 명분이 있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제 나름의 투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초선의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과 김성태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철추진위원장 등이 초선의원 20여명을 이끌고 이날 오전 정 의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찾아갔다.

정 의장이 이날 오전 외부 일정 때문에 국회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의원들은 그 자리에서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에 의원총회를 하기로 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의총을 아예 국회의장실 앞에서 잠시 열어 농성을 벌인 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기 위한 당 원외위원장 결의대회도 여의도 당사에서 오후 열렸고, 오는 28일에는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보좌진들이 단체로 모여 정 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당원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동시에 당은 이날 오후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과 징계안을 제출했으며, 형사고발·헌법소송 등 기타 법적 조치도 순차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이날 구성 후 첫 회의를 한 비대위 회의장에서는 정 의장을 비판하는 거센 발언들이 쏟아졌다.

조원진 비대위원장은 "뒷골목에서 청부업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맨입정신', '맨입으로'라고 말하는 부끄러운 국회의장의 모습에서 한없이 환멸을 느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장우 최고위원도 "정 의장은 국회의장의 품위와 자격을 내던지고 더불어민주당의 당리당략만 쫓는 정치꾼"이라고 날을 세웠고, 강석호 최고위원 역시 "정세균 의원(국회의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매번 말썽만 부린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집권여당의 국회 운영 보이콧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국감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며 "이 중요한 국감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겠느냐. 빨리 국회의 기능인 국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기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나는 국방위원장이고,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쟁이 나더라도 열려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향후 위원장으로서 국감을 진행할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김무성·권성동·김도읍·경대수 의원 등이 번갈아 국방위원장실을 찾아가 김 의원의 국감 참여를 만류함에 따라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리기로 했던 이날 국감은 파행됐다.

한편, 당 정책위원회는 국감을 보이콧하는 대신 별도의 민생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10대 민생과제를 선정하고, 향후 현장방문·전문가 간담회·당정협의 등을 순차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10대 민생과제는 ▲수확기 쌀값 안정대책 ▲서민 전기료 부담 완화를 위한 누진제 개선 ▲북핵 위기 대응방안 ▲미세먼지 및 가습기 등 각종 생활 속 화학제품 안전 대책 ▲지진·원전 안전 관련 근본대책 ▲해운업 경쟁력 강화 ▲양질의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 ▲저출산 문제해결과 맞춤형 보육 개선을 위한 후속과제 ▲서민 주거안정·수도권 전세난 해결 ▲가계부채 관리 및 서민 위한 금융대책 등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류미나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