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집권당의 발목잡기'는 부담
野 "지지층·바닥 여론 안나빠"…중도층 이탈 '역풍' 우려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퇴로 없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야당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자 여당이 표결의 절차적 문제를 들어 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여당이 국정감사를 거부하자 야당이 단독 국감을 강행하는 등 서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으로 재편될 때부터 내재한 충돌의 불씨가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국감 개시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대치 정국으로 폭발한 것이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농성, 릴레이 1인시위, 국감 거부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선 새누리당에는 "여기서 밀리면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권력 누수)"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야당의 샅바를 움켜쥔 새누리당의 등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버티고 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처리된 장관은 모두 물러났다는 전례에도 박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김 장관 해임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실제로 도덕적 흠결이나 없고 제기된 의혹이 해소된 김 장관을, 더구나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야당의 정치 공세에 굴복하는 셈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인식이다.

당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김 장관 해임건의로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대상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라며 "우리가 물러설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해임건의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집권당으로서 국감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정부·여당이 추진해 온 개혁입법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누리당 입장에선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정 의장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면서 야당을 압박하는 이유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현재의 구도를 크게 뒤흔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을 위축시킴으로써 여소야대 판도에 마냥 끌려가지 않는 여당의 면모를 보여야 지지층을 계속 결집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의도하지 않았다지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최순실씨 의혹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해임건의안 정국'에 다소 가려졌다는 점도 새누리당에 결코 나쁜 결과는 아니다.

야권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해임건의안 사태와 국감을 분리 대응하자는 입장이다.

자칫 국감이 해임건의안 정국에 묻혀버릴 경우 '우병우 의혹', '최순실 의혹' 등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겠다는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강경 대응이 양측의 퇴로를 막았다는 주장을 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단식농성으로 우리 쪽 출구가 막혔다"고 말했다.

국감을 연기하면서 여당의 국감 복귀를 무작정 기다리다가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더민주 원내지도부의 고민이다.

따라서 야당 단독이라도 국감을 진행해 '민생 포기 정당' 대 '민생 챙기기 정당'의 구도를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야권 핵심 인사는 "지금 국감 파행과 관련한 바닥 여론이 야당에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야당의 단독 국감 강행론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기 싸움' 차원이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이번 국감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앞세우며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을 쟁점화해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다.

더민주 원내 관계자는 "여당이 판을 깬 건 여소야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략이 드러난 것"이라며 "'야당의 버르장머리'를 잡겠다는 건데, 여기서 밀리면 청와대가 바라는 '국회 혐오 프레임'에 갇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거야(巨野)의 오기'라는 비판이 커질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그렇다고 출구도 마땅치 않다.

실제로 현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도층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야권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맹렬한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지만, 오히려 중도층은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