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기업인 앞에서 국회에 대한 자아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일반 국민이 국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현실의 10%에 불과하고, 언론도 15% 수준이 안 된다”며 “국회의 실상을 알게 되면 국민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여명 기업인 앞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고해성사를 이어갔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준 권리를 훨씬 벗어난 특권을 가진, 기득권 세력이 돼 있다”며 “탈 기득권화를 시도하면 동료 의원들에게 ‘저 새× 혼자 잘난 척한다. 저 혼자 국회의원 해먹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으니 개혁은 손도 못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 개혁이 선행돼야 경제 개혁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회의 1년간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행동을 보고하는 ‘국민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진실이 전해지면 국민들이 국회에 몽둥이를 들고 돌팔매질을 할 것”이라며 “국회가 국민에게 제대로 된 견제를 받아야 경제인들을 국감장에 불러 혼만 내고 답변할 시간을 30초도 안 주는 퇴행적 행동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능한 국회도 비판했다. 이 대표는 “한 해 386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국회뿐이지만,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서류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의원은 3~4명도 안 될 것”이라며 “300명 중 299명은 예산서를 봐도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모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 심의 때는 책상 한 번 탁 치고, 눈 한 번 부라리면 자기 지역구 예산이라도 좀 떨어지는데 결산은 떨어지는 게 없으니까 아주 개판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규제개혁, 노동 유연화, 법인세 등 세 가지 이슈를 주제로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야당의 법인세 인상 주장은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1%포인트,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2%포인트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박근혜 정부는 손도 대지 않은 상태”라며 “자신들은 경제 활성화, 기업인 사기 등을 들먹이며 세금을 내려놓고 지금 인상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개혁 어려움에 대해서도 하소연했다. 이 대표는 “규제개혁을 위한 당정회의를 수도 없이 했지만, 정부에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규제를 움켜쥐거나 또 다른 법을 만들어 규제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시장에 대한 불신이 강한 정부 관계자들이 장악한 규제개혁위원회로는 규제개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규제개혁위원회만큼은 경제인을 직접 만나고 부딪혀 얘기를 듣는 국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꾸려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