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쪽에 영 소질이 없어서… 이걸 뭐라고 부르면 확 와닿을까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이 발의할 경제법안의 ‘별명’을 어떻게 지을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신해철법’,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원샷법’이라는 별칭 덕에 세간에 널리 회자되듯 자신의 법안에도 귀에 솔깃한 이름을 붙여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짧고 쉽고 톡톡 튀게…법안 '네이밍 경쟁'
법안 네이밍(naming)을 둘러싼 의원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20대 국회 들어 26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2188건. 한 의원실 보좌관은 “법안 홍수 시대가 돼 버려 정책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며 “여론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법안일수록 짧고, 쉽고, 튀는 네이밍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법’으로 불리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직장인들의 지지 댓글이 수천건씩 붙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업 임원의 연봉을 제한하는 최고임금법안을 ‘살찐 고양이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의 고액 연봉자들이 ‘살찐 고양이’라고 비판받은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도 달력에 토요일·임시공휴일을 빨간색으로 표시토록 하는 천문법 개정안에 ‘빨간 토요일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안건과 관련한 핵심 인물이나 기업의 이름도 자주 쓰인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홍기택 방지법’으로 명명했다. 지난달 조선·해운 청문회에 불참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청문회 증인에게 동행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동수 더민주 의원은 복합쇼핑몰 출점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부천 신세계쇼핑몰 방지법’으로 홍보했다.

황제 노역을 막는 ‘전재용 방지법’(이석현 더민주 의원), 경찰 물대포 사용을 제한하는 ‘백남기 방지법’(진선미 더민주 의원), 자동차 소음성적서 조작에 과징금을 물리는 ‘폭스바겐 방지법’(이용득 더민주 의원), 출생신고를 거부당한 한 여아(女兒)의 실명을 딴 ‘윤별이법’(정인화 국민의당 의원) 등도 발의돼 있다.

이런 전략에 대해 “딱딱한 정책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안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감성적으로 접근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갈린다. 일각에선 ‘김영란법’ ‘오세훈법’처럼 입법을 주도한 사람의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기 이름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 시행의 파장 등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19대 국회에서 ‘전두환법’ ‘유병언법’ ‘김부선법’ ‘남양유업법’ 등은 대중적 관심 끌기에 성공하며 본회의 문턱을 통과한 전례가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