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원들 "김 장관 자진사퇴해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이유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전면적인 국정감사 보이콧에 돌입한 가운데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의 농식품부에 대한 첫 국감은 예상대로 시작부터 파행을 연출했다.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와 청와대의 '수용 불가' 발표로 정국 경색의 진원지가 돼버린 만큼 농식품부에 대한 국감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문을 열었다.

김 장관은 국감 예정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국감장 장관석에 착석했고, 약 10분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차례로 입장하며 김 장관과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원내 지도부의 보이콧 방침에 따라 국감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민주 의원들은 본격적인 국감이 시작되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에서부터 김 장관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고, 업무보고는 물론 질문에 답변할 기회를 김 장관에게 주지 않는 등 '식물장관'으로 취급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증인선서를 했지만, 주요 업무 추진 현황에 대한 보고는 오경태 농식품부 차관보가,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대한 답변은 이준원 차관이 대신 했다.

더민주 간사인 이개호 의원은 "쌀값 대란이 몰아치고 있고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이 어려움을 헤치고 우리 농촌을 구할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며 김 장관의 결단을 촉구했다.

같은 당 김철민 의원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아무리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독선으로 인해 해임이 안됐다 하더라도 더이상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며 "오늘의 사태를 스스로 초래한 장관은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결자해지의 자세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 의원은 또 "부동산 투기 의혹, 황제전세 논란, 농협대출 논란, (모친의) 차상위 의료급여 수여 등 온갖 문제로 부적격 의견을 받았음에도 반성과 성찰은 커녕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문들을 부인하고 SNS를 통해 '지방대 출신의 흙수저' 운운하며 황당한 의견을 밝혀 국민적 공분을 샀다"고 덧붙였다.

해임건의안 처리 방안에 대한 당내 논의 과정에서 찬성표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도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으나 김 장관의 사퇴를 거론하지 않아 더민주와 입장 차를 드러냈다.

하지만, 여당의 국감 보이콧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들은 당적과 무관하게 한 목소리로 비판하며 복귀를 요구했다.

더민주 이개호 의원은 "여당이 국감에 불참했는데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국감은 임무이자 도리임을 감안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조속한 복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황주홍 의원도 "국감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새누리당 동료의원들에게 (복귀를) 촉구한다"면서 "야당의원들만으로 국감이 진행되지만 차질없이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해수위 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에 앞서 김영춘 위원장(더민주)의 제안으로 집회 도중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끝내 사망한 백남기 농민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세종연합뉴스) 맹찬형 이도연 기자 mangels@yna.co.kr,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