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돼 일 안 하는데 국민 혈세 꼬박 챙겨…형 확정돼도 환수 못해
"직위 상실하면 급여 환수해야…국민발의로 바꿔야" 법 개정 목소리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임용시험을 거쳐 공직에 입문한 직업 공무원과는 다르게 누리는 대표적인 특권은 비리로 구속 수감돼도 급여나 의정활동비를 보장받는다는 점이다.

일반 공무원은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는 즉시 관련 법규에 따라 해임·파면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아 급여가 끊기지만 선출직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다.

대법원에서 직위 상실이 확정될 때까지 급여나 세비, 의정활동비가 지급된다.

범법 행위가 인정돼 직위를 상실해도 구속 기간 받았던 이미 지급된 국민 혈세는 환수하지 못한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부당한 특권에 대한 비판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잇따라 상정된 '특권 내려놓기' 법안 중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각종 범죄 행위로 구속됐거나 회기 때 제대로 출석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당 지급을 정지하자는 것이다.

구금돼 일하지 않는 광역·기초의원들에 대한 의정활동비 지급을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이런 요구를 담은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지방의회가 관련 조례만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과연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전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안 개정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지만 새 국회가 구성될 때마다 모두 폐기 처분됐기 때문이다.

광역·기초의회 역시 국회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관망할 뿐 '밥그릇'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구속 수감된 뒤에도 꼬박꼬박 국민의 혈세를 챙기도록 한 관련 법 비판과 함께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국회나 지방의회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 자치단체장 4명, 지방의원 9명 교도소서 수천만원 연봉 챙겨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4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뇌물·성추행 등 범법 행위로 구속 기소 됐다.

여성을 성추행한 뒤 돈을 주고 입막음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서장원 포천시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면서 지난 7월 29일 시장직을 잃었다.

비서실장에게서 수천만원을 건네받은 혐의인 박철환 전남 해남군수,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수수 의혹이 있는 이교범 경기 하남시장, 관내 외식업체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는 구속 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광역·기초의회에서도 2014년 지방선거 이후 9명이나 구속 기소 됐고 이들 중 2명은 이미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살인 교사 혐의로 법정에 선 김형식 전 서울시의회 의원은 작년 8월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수뢰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장전형 전 경기도의회 의원도 지난 6월 징역 2년이 확정되면서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다.

나머지 7명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다.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을 오가는 이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위를 상실하기 전까지는 '국민의 혈세'를 꼬박꼬박 챙긴다.

광역·기초 자치단체장의 연봉은 1억원 안팎이다.

이들이 구속되면 3개월간 70%, 그 이후에는 40%씩의 월급을 챙기는데 구속 기간이 1년이면 그 금액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중에는 구속된 인사가 없지만, 구속 기소돼도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보다 더 많은 혈세를 챙긴다.

이들이 받는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정액급식비 등 한해 세비는 1억3천796만원인데,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감액 없이 월별 세비를 모두 받는다.

정치권에서 '특권 내려놓기'를 논의하기에 앞서 혈세부터 축내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점에서다.

◇ "자발적으로 못 하면 국민 발의로 법 바꾸자"
서울시의회, 인천 남동구의회, 광주 광산구의회 등 3곳은 관련 조례를 개정, 구속기소 된 의원들에게 의정비를 주지 않고 있다.

피고인 신분으로 구속된 경우에는 의정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고, 다만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소급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른 광역·기초 의회는 조례 개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고 난 이후 조례를 만들겠다며 슬그머니 책임을 미룬다.

국회의원이 구속돼도 세비를 받는 만큼 지방의원도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형평성 논리에서다.

국회에서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 일면서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부천시 오정구) 의원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지난달까지 8개의 법률 개정안이 소관 위원회에 접수됐다.

출석 정지 기간만큼 수당·입법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구속됐을 경우 세비 지급을 중단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과연 실현될지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시선도 있다.

19대 국회 때도 특권 내려놓기 법안이 대거 발의됐지만, 자동폐기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용두사미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속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자치단체장들에게 혈세가 지급되는 데 대한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gha***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무노동 무임금은 서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냐. 비리로 일을 못 하면 근무태만이고 당연히 급여는 지급되지 말아야 한다"며 "급여가 환수되도록 당장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저 정도면 그냥 휴가를 간 것"이라고 비꼬았고, 한 누리꾼은 "국회가 못한다면 국민 발의로 법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이디가 smi***인 누리꾼은 "교도소에 가 일을 제대로 못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월급을 미지급하거나 나중에 환수하는 것 말고도 일을 하지 못한 기간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는 않다.

이창엽 참여자치 전북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정 활동에 전념하라고 유급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못 하는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세비와 의정 활동비 지급을 중단해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건형 경기 경실련 협의회 사무처장은 "노동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구속 수감돼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꼬박꼬박 급여를 지급하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보다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선출직 공직자일수록 무죄 추정 원칙에 매달리지 말고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법률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불신·혐오감이 강한 상황에서 차제에 구속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자치단체장에게 똑같은 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도록 법률을 일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곽모(56)씨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청탁·알선의 대가로 돈을 받아 챙겨 처벌된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구속 기간에 받은 월급을 모두 소급해 거둬들여야 하고 벌금도 몇 배는 물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태, 김동철, 류성무, 손상원, 심규석, 우영식, 이재현, 최병길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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