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상초유 불명예' 이어 해임건의안 사태로 파국 위기
내년 대선 맞물려 사생결단식 대결 되풀이…'협치'는 무망
원로·전문가 "정책 아닌 감정 대결만"· "소통이 유일 해법"

"서로 양보하고 소통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지 않았나.

약속을 지키면 해결된다"(임채정 전 국회의장) "20대 국회에서 여야간 강대강 대치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신율 교수)

4·13 총선 민의를 반영한 협치를 다짐하며 출범한 20대 국회가 출범 이후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면서 '헌정사상 최악'으로 평가받았던 19대 국회보다 더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는 차기 대선정국과 맞물려 각각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를 위한 사생결단에 나선 여야가 극한대치를 불사하며 '치킨게임'을 계속할 경우 위기에 처한 안보와 경제·민생은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당 체제의 여소야대 구도로 새롭게 시작한 20대 국회는 예상보다 빨리 국회의장단 및 원(院) 구성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비교적 순조롭게 막을 여는 듯했으나 정기국회 개막을 전후로 최악의 충돌이 되풀이됐다.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를 두고 원내대표 합의가 2차례나 파기되면서 사상초유의 추경안 처리 무산 위기를 겪은 게 '파행'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장관 인사청문회와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에 반발한 여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사태로 여야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으며, 급기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여야간 정면충돌로 새누리당이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국회 활동의 꽃'이라고 일컫는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이 불가피해졌고, 여당은 정 의장에 대한 형사고발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20대 국회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에 휩싸이게 됐다.

이처럼 '난장판'이 된 20대 국회에 대해 정치원로들과 평론가들은 이미 예견된 측면이 있다면서 정치적인 득실에 대한 셈법보다는 국민을 염두에 두고 '소통'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양보하고 소통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빨리 소통을 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민생 현안을 앞두고 대치가 더 길어지면 안된다"고 주문했다.

임 전 의장은 또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여당이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한 것을 언급하면서 "여당으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집권 여당이 국정을 방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어쨌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면서 "지금 고비인 만큼 냉정을 되찾아서 국회에서 더이상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파국을 막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그러면서 "대북관계 등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를 떠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애국심을 발휘하는 게 슬기로운 태도"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여소야대 국면인데다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여야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과 강대강 대치는 어느정도 예견된 바였다"며 "협치를 하겠다는 양쪽의 얘기는 결국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특히 "지금 분위기로는 김 장관이 자진사퇴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야권의 공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 상황이 쉽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야가 모두 커다른 정책적 이슈를 갖고 대결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인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국정운영의 중요한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현혜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