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이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로 떠오른 때는 2012년. 불과 1년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해남군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52명으로 전라남도 평균(1.56명)보다 낮았다. 전국 평균(1.24명)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듬해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2.47명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해남군은 2008년 신설한 ‘저출산전담팀’이 추진한 각종 정책이 2012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남군의 출산장려 정책 가운데 다른 지자체와 가장 차별화되는 게 출산장려금이다.
[출산율 1위의 민낯] '파격' 출산장려금의 함정…해남, 곳간 비고 인구 되레 줄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부터 장려금을 주는 것과 달리 해남군은 첫째만 낳아도 3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둘째는 350만원, 셋째는 600만원, 넷째 아이 이상은 720만원이다.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일정 금액을 일시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18~24개월간 나눠 지급한다.

해남에서 파격적인 출산장려금 제도가 정착된 시기는 2011년이다. 출산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출산일을 기준으로 관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 가구로 정했다.

당시 해남군은 출산장려금 지급 요건이던 ‘출산 전 1년 이상 거주’ 조항을 없앴다. 다른 지역에서 해남으로 전입해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는 게 해남군의 설명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훨씬 많은 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율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남군은 출산양육비를 지원받은 신생아들이 해남에 계속 거주하는지는 조사하지 않는다. 대신 출산장려금을 분할 지급하는 18~24개월까지만 거주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해남군 보건소 측은 “출산장려금을 지급받는 기간에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가구는 전체의 5%가량”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생아를 출산하고 24개월 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가구는 최대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남군 관계자는 “유소년들이 보육시스템과 취학 여건이 좋은 광주나 목포 등 인근 대도시로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6198명이던 해남군의 0~9세 인구는 2014년 5718명으로 줄어들었다.

실제론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상 주소지만 해남으로 옮겨 놓은 위장전입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재승 해남군수 권한대행은 “출산장려금을 노린 위장전입이 일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해남군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한 돈만 129억원에 이른다.

해남군의 재정자립도(예산에서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는 지난해 기준으로 6.4%에 불과하다. 전국 군 단위 기초지자체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지난해 해남군이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벌어들인 자체 수입은 494억원가량이다. 이 중 40억원 정도를 출산 관련 예산으로 투입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연간 3억~4억원가량을 출산 예산으로 쓴다.

출산장려금이 당초 기대와 달리 인구 유입 효과를 내지 못하고 위장전입과 ‘먹튀 출산’ 등의 부작용을 낳으면서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된다.

지자체장들이 눈에 확 띄는 출산장려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자신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2010년 군수에 당선된 뒤 해남의 대표 브랜드로 출산지원 정책을 적극 홍보해온 박철환 군수는 지난 5월 인사 관련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해남군은 군수 3명이 연달아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08년 당시 박희현 군수와 2010년 김충식 군수는 각각 뇌물수수죄로 중도 하차했다.

해남=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