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입당·친박 후보 여부, 본선 경쟁력 등 놓고 옥신각신
대망론 띄우던 친박, 최근엔 '신중'…비박계는 잇단 '견제구'

소문으로만 떠돌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여권 내부에 현실적 그림으로 다가서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1년 3개월 남긴 상황에서 유력 주자가 부각하지 않고 야권 주자들에 밀리는 형세를 보임에 따라 새누리당에서는 '반기문 카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반 총장이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뉴욕 면담에서 '내년 1월 중순 이전 귀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후에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보는 의견이 부쩍 많아졌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가 될지, 된다면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대표주자가 될지, 대선 경쟁력은 있을지 등을 놓고 당내에서 여러 엇갈린 견해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야권의 기세에 다소 눌려 침체한 듯했던 새누리당도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며 활기를 띠고 있다.

계파별로는 '반기문 띄우기'에 앞장섰던 친박계가 최근 들어 거리 두기에 나서며 신중한 스탠스로 전환했다.

이를 놓고 정권 후반기 여권의 유력 주자에 힘이 쏠리면 레임덕(권력 누수)이 가속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부터 '특정 계파의 후보'로 국한되는 것을 막고자 친박계가 '반기문 보호'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중진인 유기준 의원은 22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분간은 지켜봐야 하지 않느냐"면서 "본인이 선택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고, 어느 당을 선택하는 것까지도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김무성 전 대표, 남경필 경기 지사 등 잠룡들을 중심으로 견제구를 던지는 경향이 강하다.

본선에 나설 후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 총장과 같은 '거물'이 경선에 뛰어들면 좋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반 총장이 합류하면 주류인 친박계의 전폭적 지원 속에 불공정 경쟁이 될 것이란 우려를 더 크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미국 언론에서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하고, 모두가 국내 정치에 연결된 것이 옳지 못하다는 시각에서 비판 기사를 쓰는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유엔 사무총장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국내 정치인들이 반 총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명예를 높인 반 총장이 퇴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을 자꾸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지사도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10년간 대한민국의 구조적 변화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궁금하고, 우리 국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과 고민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 걱정된다"면서 "헌법 정신은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우리 사회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한 사람만이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남 지사는 "정치는 치열한 고민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반 총장이 국내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남 지사의 이런 발언도 옳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비박계에서도 신중론이나 환영의 분위기가 없지는 않다.

비박계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그분이 대선에 출마할지, 새누리당 입당해 우리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지 등은 그분이 결정할 문제"라며 "경륜이 있는 좋은 분들이 우리 당 대선 후보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김세연 의원은 PBS 라디오에서 "친박계에서 처음 그런 (영입) 논의를 촉발했던 분들에게서 지금은 조금 달라진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좀 더 지켜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속을 결정한다면 당연히 새누리당으로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반 총장도 신중한 입장이므로 내가 지금 시점에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