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전후 점쳐

북한이 20일 신형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공개한 것은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을 조만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관영 매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고출력)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에서 대성공했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를 참관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험 과정을 참관한 자리에서 "국가우주개발국에서 우주개발을 위성개발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며 우리의 힘과 기술로 각이한 용도의 위성들을 더 많이 제작, 발사해 우리나라를 가까운 몇 해 안에 정지위성 보유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번에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추력 80t급 로켓 엔진을 토대로 다양한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성 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이에 큰 기술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위성 발사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로켓 엔진 성능을 발전시킨 북한이 조만간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들어가는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 3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미국 워싱턴DC를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등 그동안 대미 위협의 수위를 높여온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지난 8월 노동미사일(사거리 1천300㎞)과 이달 초 사거리 1천㎞의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 등 앞서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한 점 또한 ICBM 시험발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위성 로켓 엔진 시험 사실을 잘 알리지 않던 북한이 이번에 느닷없이 공개하고 김정은까지 참관했다는 것은 조만간 장거리 미사일을 쏘겠다고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엔진으로 정지위성을 쏘아올리려면 엔진 외 다른 기술적인 난관도 많지만 ICBM 시험발사는 실패를 감수한다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만약 ICBM을 시험발사한다면 시기는 북한 노동당 창건 71주년 기념일(10월 10일, 쌍십절) 전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이틀 앞두고 4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김정은 생일(2월 16일)에 앞서서는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등 주요 기념일마다 도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5차 핵실험 또한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당일(지난 9일)에 이뤄졌다.

여기에 북한이 최근 5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추이까지 살펴가며 발사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 교수는 "올해가 북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데다 다음달은 미국의 대선(11월 8일)까지 앞둔 시기"라면서 "북한이 대북제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위성 발사를 가장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