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유리한 부처 가고싶다"…공정위 '뜨고' 기재부 '지고'
초임 사무관에게 인기 있는 부처와 부서도 과거와 달라졌다. 최근 몇 년 동안 행정고시 재경직 1등을 한 사무관이 택한 부처는 ‘부처 중의 부처’로 꼽히는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행정자치부, 금융위원회 등이었다. 기재부에서도 예산실, 경제정책국 등 전통적으로 ‘힘 있는’ 부서가 아니라 세제실, 국제금융정책국 등 전문성을 쌓아 이직하기 좋은 부서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올해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 중 연수원 성적 상위 10명 가운데 기재부를 선택한 사람은 2명에 그쳤다. 재경직 1등은 행정자치부를 선택했고 2, 3, 5등을 비롯해 상위 10명 중 4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택했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초임 사무관들이 업무량이 많고 승진도 늦은 기재부 대신 다른 부처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은 “공정위는 퇴직 후 로펌이나 대기업 등에 재취업할 기회가 많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내 인기 부서의 서열도 달라졌다. 통상 기재부 1차관은 경제정책국 출신이, 2차관은 예산실 출신이 맡았다. 그만큼 ‘출세 코스’라는 뜻이지만 두 부서의 인기는 떨어진 지 오래다.

‘슈퍼갑(甲)’으로 불리던 예산실은 ‘상명하복’ 문화와 매년 예산철이면 되풀이되는 밤샘 근무 탓에 기피부서 ‘1순위’가 됐다. 예산실 관계자는 “옛날에는 사무관도 몇 억원짜리 사업 정도는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몇 천만원짜리 사업도 일일이 보고를 올려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업무 강도까지 높다 보니 예산실의 고시 출신 직원 비율은 40% 선으로 기재부 전체 실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정책국의 인기도 ‘하한가’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한국 경제를 직접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요새 사무관의 생각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반면 국제금융정책국, 세제실 등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곳에는 지원자가 부쩍 늘었다. 차관 승진 가능성은 낮지만 퇴직 후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근무 기회가 많은 국제금융정책국은 ‘국금수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과거 출세 코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고시 출신이 많았던 국고국의 인기도 많이 올랐다. 공공기관을 상대하는 공공정책국도 선호 부서로 꼽힌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