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민주당' 당명 되찾아 호남 공략…국민의당, 중간층 공략 가속
더민주 "후보 단일화 안되면 역사의 죄"…단일화 군불때기
국민의당, 후보단일화론 일축…"정치공학적 구태의 악습"

야권의 세력지형을 분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기싸움에 돌입했다.

제각기 몸집을 불리거나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선 판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통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더민주는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에 이어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복당도 결정하면서 야권 통합에 새롭게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에 맞서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두면서 새로운 정치실험을 모색하고 나선 국민의당은 최근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 세력에 대한 '러브콜'을 노골화하면서 제3 지대에서의 세 불리기에 나섰다.

이는 4년전인 2012년 야권 대선경선 때의 '데자뷔'라는 시각이 나온다.

당시 양당의 주축 세력인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후보 측과 안철수 대선후보 측은 외연확대 경쟁을 벌이다가 대선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양보 없는 혈투를 펼친 경험을 갖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맏형론'을, 안 후보 측은 '통 큰 양보'를 내세우며 맞섰다.

야권통합과 후보 단일화는 여전히 야권의 '전가의 보도'로 인식되며 대선을 앞두고 지형 재편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게인 2012년'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3당 체제가 그대로 대선후보 구도로 이어진다고 해도 야권 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전체 구도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양당의 외연확대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더민주는 여권에 맞서는 '일 대 일' 구도를 만드는 차원에서 야권 통합에 분명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 지지층을 결속하면서 중도층으로의 외연을 확대하는 '두마리 토끼'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현재 친박(친 박근혜)-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장악한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틀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의 제 3지대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히 야권 통합이 아니라 '정치교체'를 목표로 중간층을 끌어안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더민주가 사실상 존재감이 없던 원외 민주당을 끌어안은 것은 민주당이라는 야권의 상징적인 당명을 다시 얻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세 불리기로서의 의미는 떨어지지만, 민주당이란 당명에 향수를 가진 호남의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한 수라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석수와 지지층 확대와 직결되는 통합은 아니어서 실질적인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면서도 "호남을 꾸준히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다면 호남에 퍼진 반문(반문재인) 정서의 극복이 최대 과제 중 하나인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더민주의 대선주자 중 문 전 대표가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페이스북으로 전한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문 전 대표는 "우리당의 뿌리인 민주당 창당 61주년을 맞는 날에 (통합이) 발표돼 더 각별한 의미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김영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선에서 단일화가 안 된다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야당 전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더민주는 후보 단일화론에 꾸준히 군불을 때고 있다.

국민의당은 끊임없이 비박·비문 대선주자들을 끌어안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더민주가 본격적으로 야권통합론과 후보 단일화론을 들고 나오기 전에 제3지대에서 외연을 확대해 3자 대결구도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총선의 민심은 제3지대의 주인으로 국민의당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인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이 함께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제3지대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조건없는 경쟁'을 내세워 제3지대에서의 세력확대를 통해 거대 양당과 맞서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당은 그러면서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며 후보단일화론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장진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공학적 구태가 특정계파의 생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정권교체를 위한 방편은 결코 될 수 없다"면서 "국민의당은 오직 정치와 정권, 국민의 삶을 바꾸는 길을 걷는 데 매진할 뿐 정치공학적 구태의 악습과는 손잡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