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북 경고 의미도…6일 오바마 발언에 비해 한층 구체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에서 '핵'을 거명해가며 구체적인 대(對) 한국용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t) 공약을 밝혀 주목된다.

확장억제는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은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의하면 케리 장관은 한국 및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이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고, 모든 범주의 핵 및 재래식 방어 역량(nuclear and conventional defense capabilities)에 기반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이 (미국의 방위공약에)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발언은 북한의 5차 핵실험(9일) 전인 지난 6일 한미 정상회담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 발언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확장억제를 포함,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면서 "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비교하면 케리 장관은 확장억제의 내용 중 하나로 '핵'을 명시적으로 언급했고 '모든 범주의'라는 수식어까지 더함으로써 확장억제에 전술 핵무기와 전략 핵무기가 다 포함된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케리의 이 같은 발언은 우선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의중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한국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과 미국의 전술 핵무기 한반도 재배치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결국 '동북아 핵무장 도미노'로 연결될 수 있는 '불씨'를 초동에 진화하기 위해 케리가 보다 명확한 어조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2~13일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도 이런 미국 정부의 의중이 엿보였다.

당시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은 재래식 전력과 미사일방어,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확장억제 능력을 사용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또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수석대표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뿐 아니라 양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한미동맹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중 하나로 북한의 여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확장억제력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