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유엔본부서 면담 예상…'의례 이상의' 만남 관측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북핵정국'에서 가장 주목되는 만남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면담이 될 것 같다.

반 사무총장이 유엔 수장으로서 제71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러 미국 뉴욕에 오는 리 외무상을 만나는 것이다.

반 총장의 측근 인사는 14일(현지시간) "면담을 할지, 언제 만날지 등 아직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이 총회 기간 유엔본부를 찾은 회원국 정상·각료를 접견하는 것은 관례다.

오히려 안 만나는 게 부자연스럽다.

반 총장은 2014년과 2015년 총회에서도 당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을 접견했다.

면담이 성사된다면 정상들의 기조연설이 시작되는 20일부터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이 예정된 23일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면담은 의례적인 차원을 훨씬 넘을 듯 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역대 최강으로 평가되는 대북결의 2270호보다 더 강한 결의안으로 북한을 응징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대립각이 선명해서 과연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을지 자체가 주목거리다.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실험으로 북핵이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것은 반 총장이 유일하기도 하다.

반 총장이 어떤 말을 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규탄하는 성명을 낼 때마다 반 총장은 그동안 '북한이 태도를 바꿔 진지한 대화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졌다.

이번 5차 핵실험 후에는 "안보리가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에게 핵실험이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면서, 제재의 불가피성을 설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반 총장은 전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면 남북한 화해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무한대립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속에서 '화해의 공간'을 모색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수백 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북한의 최근 홍수피해 상황을 물으면서 긴급구호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이날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헌장에 따라 다른 유엔기구의 요청이 없어도 분쟁예방과 중재활동을 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반 총장이 수동적으로 리 외무상을 만날 것 같지는 않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