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핵물질 증가속도 빨라져…"5∼10년 안에 핵탑재 ICBM 배치 가능" 예상

북한이 이제 해마다 7개 가량의 핵무기를 제조할 만한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원자력기술 전문가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가 우려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교수 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 연구원인 헤커 박사는 2010년 북한 평안북도 영변의 핵무기 연구단지를 방문해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심분리기를 직접 목격했다.

헤커 박사는 12일(현지시간)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현재 300∼400㎏인 고농축우라늄 보유분에, 핵무기 6개 정도 분량에 해당하는 150㎏ 가량의 고농축우라늄을 추가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그는 또 북한이 현재의 탄도미사일 개발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앞으로 5∼10년 안에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은 당시 발표한 핵무기연구소 명의의 성명에서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했으며 '마음먹은대로 필요한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에 북한이 보유 핵무기 수를 4∼6개 더 늘렸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과 비교하면 북한의 핵무기용 핵물질 보유 속도가 더 빨라진 셈이다.

헤커 박사는 이날 기고문에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크게 우려"한다며, 늘어난 북한의 핵무기와 핵능력이 "사고 발생과 (북한 정권의) 오판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북한 정권에 자신들의 전략적 노선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주고, 그로 인해 (동북아) 지역 안보 구조가 극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재정적으로 절박한 (북한) 지도부"가 핵물질이나 다른 핵무기관련 자산들을 "비국가 행위자", 즉 테러집단에 팔아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을 제재로 굴복시키거나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다리는 일에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 이번 핵실험을 통해 드러났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다른 대응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