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졌던 제재 고삐 다시 죄나…인적교류·고려항공 취항 제한 등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반응도 관심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라 중국도 국제사회가 논의하는 추가 대북제재 참여가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이 주도한 대북제재에 동참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대북제재 카드를 쥔 곳으로 꼽힌다.

대북제재의 열쇠를 쥔 유일한 국가이면서도 전통적인 북한과의 우호 관계 때문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은 8개월만의 또다른 핵실험으로 '망신'을 당하고 더이상 국제사회의 회의적 시각을 감내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은 일단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의 원인"이라며 '중국 책임론'에 맞서는 동시에 고강도의 추가 제재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보고 제재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제재방안은 인적 교류 및 물적 교류 부분의 제재로 나뉜다.

인적 물적 제재를 모두 포괄하는 국경봉쇄 방안이 있지만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카드는 아니다.

인적 교류 부문에서는 고위급간 교류의 일정을 늦추거나 취소하는 한편 북한 식당, 공장 노동자 등 노무인력에 대한 비자발급을 비공식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꼽힌다.

상징적으로 중국내 고려항공 취항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인적 교류를 어렵게 만들고 중국의 북한 여행상품 모집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에 이 정도의 인적교류 제재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핵실험을 감행한 중국의 반발과 분노 수준을 보고 인적교류 제재는 가시권에 넣어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실질적인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물적 교류 부분에 대한 제재 카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민생'을 이유로 중국이 4차 핵실험 제재대상에서 제외시켰던 원유 공급과 석탄 수입 부분에 중국이 손을 댈지다.

무엇보다 북한은 현재 원유 수입을 중국에 90%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대북석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북한 경제는 1년내 붕괴 수준의 치명타를 입고 핵개발도 계속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원유공급 카드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중국이 만약 이 카드를 쓸 경우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을 일시 중단하거나 공급량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수송관이 아닌 선박, 철도 등을 통한 원유공급만이라도 줄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석유공급 카드는 북한의 체제 붕괴에 이어 대규모 북한 난민 유입 사태를 촉발할 것으로 보고 중국이 가장 꺼리고 있는 대상이다.

아울러 북한의 단일 무역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이자 대중 무역의 핵심 품목인 북한산 석탄의 거래도 금지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의 대(對) 북한 공식 수입량은 15억3천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달 14억6천345만 위안보다 4.5% 늘어났다.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 이후 전체적인 교역량 감소세는 뚜렷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항목별로 증가세로 반전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단둥(丹東) 등 북중 국경에서는 여전히 물건을 싣고 이동하는 차량들이 크게 줄지 않고 있어 대북제재의 이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또 이번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카드로 북중 국경간 밀수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수도 있으며 공식, 비공식적인 중국의 대북 투자나 북한의 대중 투자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도 있다.

4차 핵실험 제재 초기 북한 선박의 입항을 일시적으로 거부하고 화물 검사를 강화했다가 최근 3∼4개월새 다소 느슨해졌던 조치를 다시 옥죌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또다른 제재카드로 거론하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 기업, 은행을 제재하는 것)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세계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가장 많은 중국으로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되는 치명적인 제재안이다.

이미 지난 2월 유엔 보고서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북한 기업과 연계된 중국 기업 수십 곳이 확인됐고 중국은행이 북한 쪽에 4천만 달러를 송금하는 것을 도운 사실도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철강 분야 반덤핑 과세 등에 이어 중국 기업 거부론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여러가지 제재 카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전략 때문에 체제 위기까지 초래할 제재안은 쓰지 않을 것이고 자국에 손실이 되는 방안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