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계기 ICBM 시험발사 가능성"
WSJ "북한의 ICBM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은 다음 수순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핵능력 고도화를 목표로 한 전략적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핵탄두 폭발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지난 9일 발표한 북한은 핵탄두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11일 전망했다.

과거처럼 인공위성 확보를 명분으로 장거리 미사일(로켓)을 발사해 탑재체를 위성궤도에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ICBM을 시험발사해 모의 탄두를 미 서부지역과 가까운 해상에 떨어뜨리면 북한 핵 능력이 완성 단계에 근접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언론도 북한의 ICBM 능력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북한의 ICBM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장거리 미사일의 문제점이 여전히 있지만, 북한은 예상보다 빠르게 기술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왔다"고 보도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2020년이면 핵탄두가 장착된 '믿을만한 ICBM'을 제조할 기술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3월 15일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육·해상에서 스커드·노동·무수단·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잇달아 시험 발사해 성공하며 주변국들에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무수단미사일(사거리 3천∼4천㎞)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중거리 미사일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 이상의 ICBM급 시험발사다.

북한은 2012년 12월과 올해 2월 각각 장거리 미사일(로켓)을 발사해 탑재체를 위성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북한은 올해 2월 7일 발사한 광명성호를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했지만, 한국·미국·일본은 이를 사실상 ICBM 시험발사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탑재체를 위성궤도에 올리는데 두 차례 성공했기 때문에 ICBM급 발사체 기술은 이미 확보한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디는 재료기술과 하강과정에서 탄두를 목표로 유도하는 제어기술까지 확보했다면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일 5차 핵실험 직후 핵탄두 표준화·규격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한 만큼 ICBM 시험발사 때 실제 핵탄두와 같은 크기와 같은 무게의 '모의 핵탄두'를 탑재할 가능성도 있다.

양 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핵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무기"라면서 "핵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나라나 일본보다도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는 수순이 논리적으로도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에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10월 10일이나 미국 대선일인 11월 8일에 핵무기 고도화의 완성판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에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