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새한국의 비전'으로 정치실험…차기 대통령임기 축소 주장
孫, 박지원·안철수 등과 잇단 회동…'정계개편 핵' 관측도
"서울 오면 자주 보자" 차기 대권정국서 배역 '주목'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최근 전남 강진에서 비공개 회동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복수의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지난 8일 광주예총회관에서 열린 시민예술대학 정치 강좌를 마친 뒤 강진으로 이동,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겸해 손 전 고문과 약 90분간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장은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론 분열과 해운물류 대란 등을 언급하며 '국가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이에 손 전 고문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의장이 자신의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통해 공론화를 시도하는 개헌 문제 및 차기 대선 역할론과 함께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와 향후 진로 등도 화제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정 전 의장이 퇴임 후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복당하지 않은 채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고, 정계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손 전 고문도 더민주로 돌아가지 않고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각각 지난달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시킨 새 지도부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이른바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도로 친문(친문재인)당'이라는 비판적인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두 사람이 '중간지대'에 대한 교감을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요컨대 두 사람 모두 '철옹성'과도 같은 기존 당내 주류 세력의 독주를 확인하면서 중간지대에 새로운 집을 짓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전 의장은 손 전 고문에게 "서울로 올라오시면 자주 연락하자"고 제안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정 전 의장이 한때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좌장격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늘푸른한국당'의 창당발기인 대회에 참석하고,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대표 등과 잇따라 만나는 등 정치보폭을 넓히는 것도 이른바 '중간지대론' '제3지대론'과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 전 의장은 그러나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자신의 정치구상에 대해 "제1, 2지대의 틈바구니에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만든 사람들이 모인 제3지대가 아닌 정상지대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헌론과 관련해서는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취임하는 2018년 2월부터 제21대 국회(2020년 5월)까지 2년 3개월로 제한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그는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대신 이번 대선 후보들은 중대선거구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또는 5년 단임제 유지 등 자신의 개헌 공약을 내놓고 출마해야 한다"면서 "선거할 때마다 나라가 분열되고, 포퓰리즘을 내세워서 나라가 빚잔치를 하는데 병폐를 줄여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전 의장은 이탈리아의 오성운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당 설립도 계획 중이다.

정 전 의장은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됐기 때문에 한국식 직접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예컨대 새로운 정책에 대해서 스마트폰 앱으로 국민의 의견을 묻고 방향을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