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스로 만든 살수차 운용지침 안 지켜"

작년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농민 백남기씨가 당시 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40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정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소방당국 구급활동일지에 따르면 당시 종로에서 백씨가 구급차로 이송돼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40분이었다.

김 의원실이 당일 현장을 촬영한 여러 동영상을 근거로 확인한 결과, 백씨는 당일 오후 6시56분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백씨가 쓰러진 시간부터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44분 걸렸다.

당일 집회 현장 주변에는 부상자 발생에 대비해 구급차 5대가 대기했다.

그러나 김 의원실은 "국민안전처로부터 받은 당일 119 신고 기록에는 백씨 관련 구급차 출동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구급일지에 따르면 백씨를 옮긴 구급차는 그에 앞서 오후 7시14분 다른 환자 이송 관련 신고를 받고 인근에 있는 세종로119안전센터로 가던 중이었다.

그러다 지나가던 시민이 해당 구급차를 잡아 백씨 쪽으로 유도하자 오후 7시30분 현장에 도착, 백씨를 태운 뒤 오후 7시35분 병원으로 출발했다.

경찰청 내부 규정인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구호 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백씨는 뇌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병원 이송이 지체돼 수술이 늦어진 결과일 개연성이 크고, 경찰이 부상자와 관련한 살수차 운용지침을 지키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시 백남기 농민을 향해 살수한 살수차 충남 9호의 '살수차 사용 결과 보고서'에 시위대 중상 사실이 적시된 만큼 최소한 해당 살수차 운용요원은 백 농민의 부상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즉시 119 출동 요청 등 구급조치를 하지 않아 백 농민을 치료할 '골든 타임'을 놓친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경찰은 스스로 만든 살수차 운용지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국민을 중태에 빠지게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