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사업 조정해 다시 협의하라" 통보에 "더는 지연 불가"

서울시가 추석 전에 저소득층 청소녀 9천200명에게 생리대를 지원한다.

청년수당에 이어 또 다시 복지부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강행한다.

시는 6월 저소득층 청소녀의 성·건강권을 기본권 차원에서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그 일환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 청소녀 10∼19세를 위한 생리대 지원을 준비했다.

시는 7월 보건복지부에 생리대 지원사업을 위해 사회복지제도 신설 협의를 신청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복지부는 최근 추경 예산이 편성된 뒤 공문을 보내 "추후 내려갈 정부 지침과 중복되지 않도록 사업을 조정해서 다시 협의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일단 추석 전 9천200명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사업을 다시 조정하고 복지부와 협의하면 약 2개월 지연되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시는 "이 사업은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청소녀의 위생관리와 성·건강권 보호를 위해 시급하다"며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이 언제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어서 더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는 다만 앞으로 정부 지원방안이 확정되면, 중복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지침을 따라 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지원하는 생리대는 청소녀 건강을 위해 유기농 순면 100% 국제 인증을 받은 커버를 사용했다.

지원받는 이를 배려해 배송 상자에는 주소 외에 어떠한 표시도 적지 않는다.

또 생리 관련 기본 정보, 생리대 사용법, 위생관리, 생리를 당당하게 생각하는 인식 개선 내용을 담은 '성·건강수첩'도 함께 보낸다.

시는 이 밖에도 취약계층 청소녀가 긴급하게 생리대가 필요한 때를 대비해 시내 지역아동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출청소년쉼터·소녀돌봄약국·시립청소녀건강센터 등에도 배치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9일 "청소년 건강 기본권을 위해 긴급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뉴욕시처럼 공중화장실에 비치하면 좋겠지만 예산부족으로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