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대통령 “국가 비상사태에 준해 北 예의주시”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밤 청와대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 朴대통령 “국가 비상사태에 준해 北 예의주시”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밤 청와대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9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동안 꺼내든 제재 카드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의 대북 송유관 차단, 유엔 회원국 제명, 해상 봉쇄 등 초강수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앞서 직접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유엔 안보리가 조속한 대응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안보리가 ‘적절한 행동(appropriate action)’에 나서주기를 촉구했다.

안보리는 8일 밤 북한의 5차 핵실험 사실이 확인된 직후 15개 이사국 간 전화통화로 회의 시기를 협의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모여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의 소집 요구도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핵실험으로 안보리 분위기는 지금까지의 논의 틀을 넘어선 대북 제재안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올 들어 북한은 두 번의 핵실험과 스물두 번에 달하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성공으로 북한의 핵무기 운반기술에 국제사회가 느끼는 위협 정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유엔의 숱한 대북 경고와 결의안 채택이 무위에 그친 것도 안보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3월 안보리 스스로 ‘역대 최강’으로 평가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의 핵프로그램 단념이라는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유엔 안팎의 평가다.

2270호의 주요 내용은 △무기거래 금지 △해운·항공·운송 검색 의무화 △대량살상무기 수출통제 △대외교역 제한 △금융거래 중단 등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원료를 사들이는 돈줄을 조이는 모든 조치가 포함됐다. 당시 한국 정부도 북한 수뇌부를 실질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기대와 달리 북한은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맞대응했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이제 남은 카드로 예외를 두지 않는 전면적인 제재와 봉쇄뿐이라는 분위기가 짙다. 외교부 당국자도 “강력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게 안보리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초강수로는 핵 관련 의심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 전면적인 해상 봉쇄와 함께 인도주의적 거래 허용 등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남겨둔 예외 조항을 없애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의 목숨줄과 다름없는 중국의 대북 송유관 차단도 포함된다.

지난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안보리 긴급회의 후 벳쇼 고로 유엔 주재 일본대사는 국제사회가 추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유엔에서 제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명은 유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안보리 결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북한을 더 이상 국제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극약 처방’이다. 5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 여덟 번째가 된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