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전문가 "기념일 자축·국제사회 대북제재에 무력시위"
"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발…대남 안보 불안감 확산 목적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9일 오전 5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정권 수립 68주년을 자축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기 위한 행보라고 우리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북한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공지진 규모로 미뤄 북한이 지난 1월 6일 이후 8개월여 만에 5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에서는 최근 들어 미심쩍은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됐으며,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보고 동향을 주시해 왔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언제든 정치적 결심에 따라 5차 핵실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특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지난 3월 "빠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여러 종류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라"고 지시해 연초부터 5차 핵실험 가능성이 예견돼 왔다.

김정은 지시 이후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거듭했지만 핵탄두 폭발시험은 미뤄왔다.

그러나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소형화한 핵탄두를 터트리는 방식으로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따라서 이번 핵실험은 김정은 지시의 이행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을 신뢰하지 못했다"며 "핵무기를 실전에서 운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까지 핵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정권수립 68주년(9.9절)을 맞아 체제 결속을 노리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보고에서 "북한식 핵개발 프로그램 완성을 위한 기술적 진전 노력과 함께, 주민들의 체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김정은 리더십'을 과시, 선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북한 내부적인 결속을 추구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북한 대(對) 국제사회의 구도가 공고해져 가자 북한이 이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핵실험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가 나오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또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겨냥해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발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확산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국방부는 "우리의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 및 대화공세 거부에 대한 반발 및 압박 차원에서, 필요시 언제든 핵공격이 가능하고 실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이상현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