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미사일 발사 등 중대사 단골발표 '인민방송원'

북한의 리춘히 아나운서(여. 73)가 9일 오전 북한의 '핵탄두 폭발시험'이 감행된 지 4시간 만에 조선중앙TV 화면에 등장했다.

분홍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리춘히는 이날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우리 핵무기연구소 과학자, 기술자들은 북부 핵시험장에서 새로 연구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하였다"며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전 세계에 알렸다.

리춘히는 오후 1시 30분(평양시간 오후 1시) 조선중앙TV가 '시보'를 알리자 예고 없이 갑자기 등장해 2분 38초 동안 북한 핵무기연구소의 성명을 단숨에 낭독했다.

그는 "미국의 가증되는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존엄과 생존권을 보위하고 진정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국가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위협성 발언으로 끝을 맺었다.

70대 고령의 리춘히는 올해 들어 1월 6일 감행한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도맡아 발표해 왔다.

이로써 리춘히는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중대사가 그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리춘히는 과거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망 소식은 물론 2006년 이후 세 차례 핵실험 등 북한의 중대뉴스를 모두 도맡아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리춘히는 정년을 훌쩍 넘기고도 현재 북한의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산하 조선중앙TV의 부처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김정일의 입'으로 유명했던 리춘히가 김정은 체제 들어 아나운서 활동을 중단했다고 잘못 보도한 적이 있으나 그는 여전히 자타가 공인하는 '인민방송원'으로서 건재를 과시했다.

1943년 7월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리춘히는 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과를 졸업하고 1966년 국립연극단에서 배우생활을 시작했으나 5년 만에 진로를 선회해 1971년 2월부터 45년째 방송원(우리의 아나운서에 해당) 길을 걷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