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끝내 청문회 불출석…동행명령장 발부 요청도
"맹탕 넘어 허탕청문회" "깃털청문회"…자조적 목소리 나와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산업의 부실화 사태를 진상 규명하겠다며 8일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개최한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김 빠진 청문회로 전락한 모습이다.

핵심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은데다 사안의 본질을 파고드는 청문위원들의 날카로운 '송곳질문', 그리고 이렇다할 파괴력 있는 폭로조차 나오지 않는 '3무(無) 청문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연석청문회는 핵심 증인이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불출석하면서 초반부터 맥이 풀린 분위기로 시작됐다.

홍 전 회장은 야권이 요구했던 이른바 '최·종·택'(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홍 전 회장)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여야 합의로 채택된 증인이었다.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홍 전 회장의 청문회 불참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최경환 전 장관과 안종범 수석이 누락된 것도 유감이지만 그나마 의미 있는 증인이 홍 전 회장이었다"면서 "이분이 오늘 안 나왔는데 소재를 파악해 임의동행 명령을 내리든지, 검찰 협조를 받든지 해서 오늘 오후나 내일 홍 전 회장이 증인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도 "홍 전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홍 전 회장이 출석하도록) 계속 촉구해야 하고, 안 나올 때는 법적 조치를 위원회 차원에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후 청문회가 재개된 시점에도 홍 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더민주 박광온 의원은 "홍 전 회장에 대해 동행명령장 발부를 위원회 차원에서 의결해줄 것을 정식 제안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조경태 청문위원장은 관련 법률을 언급하며 "동행명령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의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여야가 그간 지리한 협상 끝에 '최·종·택' 3인방 중 홍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홍 전 회장의 소재는 청문회 개최일인 이날까지도 파악이 안 됐다.

조 위원장은 "현재 홍 전 회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소재 확인을 위해 위원장 명의로 경찰청과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에 소재 확인을 공식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현행 법률에 의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정부가 홍 행장의 소재지에 대해 미온적으로 파악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증거은닉"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대우조선해양 지원책이 결정됐던 서별관회의 회의록을 비롯한 자료 제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정부가 자료 제출을 확약한 다음 의사진행을 하겠다고 해서 의사진행이 이뤄졌는데 오후 2시가 지났음에도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항의했고, 더민주 정재호 의원도 "부실을 따지려는 이 청문회 자체가 부실이다.

핵심 증인도 없고 자료 제출도 부실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나 새로운 관련 폭로가 없었다는 점도 청문회 분위기를 더욱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청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개최하게 된 청문회에 대해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은 "(최 전 장관과 안 수석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여야 합의로 '맹탕 청문회'가 된 것은 그렇다고 치겠지만, 자료를 주지 않아 '허탕 청문회'까지 되는 건 어떡하느냐"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우리 경제의 향배를 가늠하는 청문회가 중요 핵심인사가 빠진 '깃털 청문회'로, 최소한의 자료도 빠진 '먹통 청문회'로 진행되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현혜란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