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투표 발의 시 악영향 전망…거취 고민할 것이란 시각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를 풀지 못했다.

여권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홍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8일 유죄를 선고받음으로써 경남 도정은 물론, 자신이 꿈꾸는 대선 가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2011년 6월 중하순께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 회사 윤승모 전 부사장을 통해 보낸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에서 징역 형량만 6개월 줄었다.

홍 지사와 측근, 경남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윤 전 부회장이 홍 지사에게 돈을 준 과정에 대한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배달 사고 의혹을 제기하며 무죄를 자신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점도 참작됐음 직하다.

항소심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홍 지사로서는 정치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한때 범죄 척결에 매진한 강력부 검사였던 그가 오히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그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로 불린 정덕진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사 출신인 박철언 전 장관을 구속기소 해 '스타 검사'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 '여자와 돈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해왔던 그는 검찰을 떠난 지 20여 년 만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구태 정치인이라는 족쇄에 갇히고 말았다.

홍 지사가 유죄를 받음으로써 도정 주요 현안의 추진동력 상실과 공무원 사기 저하 등이 우려된다.

경남도는 홍 지사 유죄 선고와 상관없이 도정은 차질없이 추진된다는 입장이지만 '경남 미래 50년 사업' 등 중앙정부와 도내 시·군과 협의가 중요한 핵심 정책은 추진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홍 지사 자신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그는 지난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새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고 밝히며 대권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내년 대선과 관련한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고로 자신이 꿈꾼 대권 프로젝트는 물 건너간 모양새다.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빚이 없는 '채무 제로'를 선언하고 경남 미래 50년 사업을 추진하는 등 거침없는 도정을 펼치며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썼지만 힘든 처지에 놓였다.

오히려 이달 말 결과가 나오는 주민소환투표 개시 여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무상급식 지원금 중단 책임론 등의 이유로 시작된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은 현재 무효 처리된 부분에 대한 보정 서명부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6일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각하' 또는 '인용' 결정을 한다.

주민소환투표가 각하되면 상관없지만 발의된다면 홍 지사의 1심 선고 결과가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홍 지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해 주민소환투표 참여율이 높아지고 주민소환에 찬성하는 표도 많아질 공산이 크다.

주민소환투표로 물러나는 첫 광역단체장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홍 지사의 연내 퇴진 가능성과 함께 '포스트 홍준표'가 누가 될 것이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홍 지사로서는 이래저래 아픈 '운명의 9월'이다.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