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택 전 산은회장, 청문회 불참 >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출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있다. 연합뉴스
< 홍기택 전 산은회장, 청문회 불참 >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출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있다. 연합뉴스
"맹탕청문회를 넘어 허탕청문회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산업의 부실화 문제를 진상 규명하기 위한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8일 국회에서 열렸지만, 핵심 증인이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불출석하면서 김빠진 청문회로 전락했다.

홍 전 회장은 야권이 요구했던 이른바 '최·종·택'(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홍 전 회장)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여야 합의로 채택된 증인이었다.

그러나 이날 홍 전 회장이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특히 야당 청문위원들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사람으로 치자면 중병에 걸려 곧 죽을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방도를 찾는 자리"라며 거듭 '최·종·택' 3인방의 증인 채택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분들이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청문회는 사실상 청문회의 취지를 죽이는, 조선·해운업을 살릴 기회를 무산시키는 청문회"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최경환 전 장관과 안종범 수석이 누락된 것도 유감이지만 그나마 의미 있는 증인이 홍 전 회장이었다"면서 "이분이 오늘 안 나왔는데 소재를 파악해 임의동행 명령을 내리든지 검찰 협조를 받든지 해서 오늘 오후나 내일 홍 전 회장이 증인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도 "홍 전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홍 전 회장이 출석하도록) 계속 촉구해야 하고, 안 나올 때는 법적 조치를 위원회 차원에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의 불참과 더불어 주요 자료제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은 "(최 전 장관과 안 수석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여야 합의로 '맹탕 청문회'가 된 것은 그렇다고 치겠지만, 자료를 주지 않아 '허탕 청문회'까지 되는 건 어떡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대우조선해양 지원책이 결정됐던 서별관회의 회의록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원 감사보고 자료 등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우리 경제의 향배를 가늠하는 청문회가 중요 핵심인사가 빠진 '깃털 청문회'로, 최소한의 자료도 빠진 '먹통 청문회'로 진행되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에 대해 "정략적 정부 때리기와 반정부 비판제일주의라는 우리의 포퓰리즘적인 정치, 사회문화가 정부 관료들의 유능함을 감춰 버리게 했다"고 밝힌 점이 질타 대상이 됐다.

심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최 전 부총리는 자청해서라도 이 자리에 나와야 했다"며, 최 전 부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힌 점을 두고 "적반하장 식으로 뒤에서 이야기하는 건 정말 좋지 않은 모습이다.

이 자리의 후배 공무원들은 그런 모습을 배우지 말라"고 말했다.

박광온 의원도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최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사실 정책 결정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했는데 당당하게 청문회에 나와 그런 말을 하는 게 더 떳떳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30분 넘게 공방을 벌인 뒤에야 증인 선서와 현안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 진행될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현혜란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