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7일 자신이 군복무했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1포병여단에서 아침 점호를 받으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7일 자신이 군복무했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1포병여단에서 아침 점호를 받으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섬기는 머슴' 강조…현장 몰래 가고 연설 직접 쓰고
"靑엔 침묵" 참모 출신 한계…정책챙기기 욕심 과도 지적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게는 무려 8개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있다.

손에 든 전화기에 장착된 배터리 1개 외에 3개는 호주머니에 있고, 나머지 4개는 승용차에서 충전되고 있다.

호남 원외 당협위원장과 수석부대변인을 지내면서 생긴 일종의 습벽이다.

쉴새 없이 당원, 기자들과 통화하다 보면 배터리가 부지불식간에 금방 바닥나기 때문이다.

8·9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수장이 된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게 당직자들을 대동하지 않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듣는 얘기를 곧바로 해당 부처의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 당 정책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달하고 의견을 교환하느라 늘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한다.

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6∼7일 1박2일의 일정으로 전방의 한 포병 부대를 찾아 점호도 받고 야간 경계근무도 서면서 장병들의 근무 실태를 파악했다.

지난달 15일 정부 공식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고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경희대 등을 불쑥 찾아 과학계나 청년 취업 문제에 대한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폭염 피해를 당한 충남의 가두리 양식장으로 갔다.

21일에는 경기 안산의 한 병원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를 받고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광화문에서 열린 경기도 의사회 집회에 밀짚모자와 회색 점퍼 차림으로 '변복'하고 나타났다.

이들의 주장을 경청한 이 대표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곧바로 실무 당정 소집을 지시했다.

"땀내나는 정치를 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 중인 셈이다.

취임하자마자 여의도 당사 외벽이나 당 회의실에도 '섬기는 머슴, 행복한 국민'을 내걸었을 정도다.

적극적 현장행을 하는 대신 과거부터 '봉숭아 학당'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당 최고위 회의의 모두 발언은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에 사과한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또 국회의원의 외유성 해외 출장 행태, 피감 기관에 고압적인 태도, 무분별한 자료 요청 등 국회의 구태를 반성하며 개혁을 강조했다.

연설 직후에는 '적장'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먼저 청하며 확실히 기존 당 대표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보통 교섭단체대표 연설문은 외부의 전문가와 당직자들이 팀을 만들어 작성하던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이 대표가 언론 보도와 인터넷 댓글 등을 하나하나 추려가며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유임된 박명재 사무총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부지런히 현장을 다니면서 정치인이 권위적이거나 군림한다는 이미지가 없어졌다"면서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고 격식을 파괴하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신뢰를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적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당·청 관계다.

특히 대표 취임 이튿날인 10일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이 축하차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한 게 비박계를 자극했다.

마침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재산 형성, 권력 남용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론이 비등한 시점이었지만 이 대표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청와대 비서 출신의 한계" "당무수석이냐"고 꼬집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박계 의원은 "청와대 참모 출신이라서 그런지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서는 무조건 함구하고 있다"면서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청와대가 잘못 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이 대표가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기는 현장 행보를 두고도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자 감당할 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대표는 큰 줄기를 잡고, 나머지 부분은 담당을 지정해 시스템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우에 따라 즉흥적인 제안이나 지시로 보좌진이나 정부 실무자들이 당혹감을 느끼는 상황도 적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정책 챙기기' 욕심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