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父가 만든 주력산업 다 까먹어…父가 일군 경제정책 의존"
"경제" 67·"민생" 32·"위기" 19차례 언급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6일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민생 경제'로 수렴됐다.

연설에서 "경제"를 67차례, "민생" 32차례, "위기"를 19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온통 '경제'였다.

현 시국을 '비상경제 위기'로 규정, 수출 중심의 성장전략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조세개혁과 법인세 정상화를 촉구했다.

경제 회생과 민생 살리기를 위해 정부는 물론 대기업의 동참을 호소하고,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을 비롯한 인사 난맥상과 검찰개혁·개헌 등 정치현안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 "지금은 비상경제 위기, 경제성장 패러다임 바꿔야" = 추 대표가 역점을 둔 '민생 경제 살리기'는 현 시국이 "비상경제 위기"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추 대표는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상경보가 울리기 시작했고, 우리 당은 지속해서 경계·공습경보를 울렸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지난 8년간 방치만 하다가 심각한 비상경제 위기에 처하게 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경제 위기가 표면화하지만, 실상은 오래 전부터 주력 산업이 흔들렸고, 기업의 영업이익과 잠재성장률이 바닥이라는 게 추 대표의 진단이다.

추 대표는 "금융권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해당 부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회사가 망해가는데도 수천억원의 상여금을 챙기는 경영진도 있다"고 언급했다.

민생이 파탄이라는 그의 인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경제 위기에도 정부와 대기업이 제 역할을 못 해 결국 국민이 모든 걸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밤낮으로 땀 흘려 일하고도 일한 만큼 받지 못하고 번 것은 세금으로 다 뜯기고 있다"고 말하면서 경제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구시대' 수출 중심의 낡은 성장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성이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만든 주력산업을 다 까먹고 있다.

아버지가 일군 과거 경제정책에 의존하고 그 시대의 성공 신화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성장 분배의 공정성도 들고 나왔다.

기업만 배불리는 경제는 경제가 아니라는 게 연설 곳곳에 녹아 있다.

"민생이 없는 경제는 경제가 아니다" "국민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는 경제가 아니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서민과 중산층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한 대목에서 잘 나타났다.

해법으로 추 대표가 제시한 것은 "임금과 조세개혁"이다.

추 대표는 "가계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정상화되고 내수경제가 활성화된다"며 "일한 만큼 받는 임금이 민생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조세개혁의 방점은 법인세 정상화에 찍혔다.

추 대표는 "10대기업 사내유보금이 550조를 넘었다.

더는 부족한 세수를 서민과 국민이 채울 여력이 없다"며 "법인세 정상화는 민생 경제 위기 탈출의 첫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비상 민생경제 논의를 위한 긴급 회동' 개최도 제안했다.

민생은 정쟁 대상이 아니고 초당적으로 무릎을 맞대야 한다는 명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비상대책위' 구성도제안했다.

◇ "이젠 대기업이 국민을 구할 때" 동참 호소 = 추 대표가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린 첫 번째 처방은 '대기업의 고통분담'이다.

"10대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여러분"이라며 말문을 연 추 대표는 "여러분의 노력에 늘 고마움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예의를 갖췄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 삶이 만신창이다.

정부는 법인세 문제를 수년 봉쇄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노동한 만큼 공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적정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업 위기를 국민과 노동자 희생으로 살렸듯이 이제는 국민과 노동자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대기업이 나서달라" "기업가 정신을 보여달라"고 읍소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되는 등 국민 희생으로 기업이 번성한 만큼 지금은 대기업이 나서 내수를 활성화하고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추 대표가 강조한 또 하나의 초점은 '청년 일자리'다.

추 대표는 "세계 각국 기업, 청년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블루오션을 선점하고자 총성 없는 전투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며 "우리 청년들을 4차 산업혁명의 주체로 키우기 위해 과감하게 청년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추 대표는 '청년 인큐베이팅'이라고 명명했다.

"청년고용 5% 할당제를 추진해달라"고 대기업에 제시했다.

◇ '민생 안보' 강조…北엔 경고, 사드는 비판 = 추 대표는 "핵과 미사일은 평화와 생존, 체제유지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한반도 긴장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는 북한에 경고장을 날렸다.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강풍정책으로 북핵이 고삐 풀린 괴물이 됐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도 겨냥했다.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제공한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 것이다.

추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 계획을 거론하며 "강풍정책과 외교 무능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만들어낸 패착"이라고 했다.

한반도 외교안보의 최우선 과제인 북핵 관리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중국·러시아와 척을 진 것은 물론 국민 분열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런 외교적 패착으로 후폭풍이 결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이는 고스란히 민생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 대표가 줄기차게 강조한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채택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사드 현안을 외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자칫 정치적 쟁점화하는 것을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추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낡은 안보관이 문제다.

안보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안보를 이유로 국민을 이념으로 분열시키는 게 바로 낡은 안보관"이라고 일갈했다.

추 대표는 "세월호 아이들·가습기 피해자·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이 있다.

야당은 그동안 이분들의 고통과 슬픔을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

더는 여당만의 책임이라고 떠넘기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