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아래)가 5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아래)가 5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오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에 대해 “야당과 협의해 보완하고 시정할 것은 이른 시일 내 고치도록 앞장서겠다”고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20대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농가와 축산업 하는 분들, 어업 종사자들과 식당업·관광업 하는 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있다.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유통구조 개선과 영농자금 지원 등 정책적 보완 작업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청렴 문화 정착의 큰 발걸음”이라며 “이 법이 정착되면 공직사회의 청탁·부패 이미지가 확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대다수가 공직자, 교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김영란법에 정치인을 일부 예외로 두는 조항이 있다며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 꼼꼼히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호남과 새누리당 간 연대 정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호남 출신인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호남이 당장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다고 변방 정치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호남도 주류 정치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것 역시 사과한다”며 “보수정권이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야권을 겨냥해 “이젠 대선에 불복하는 나쁜 관행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야권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진 중인 청년수당 제도를 겨냥해 “일부 정치인이 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며 “무분별한 인심 쓰기이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는 인기영합용 무상복지”라고 비판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절대다수 지자체에서는 도저히 시행할 수 없는 황제 정치놀음”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야당을 향해 정부·여당의 중점 처리 법안인 노동개혁 4법을 비롯한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경제활성화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국회 개혁을 위한 ‘헌정 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그는 “국민위를 1년 시한으로 설치해 혁명적인 국회 개혁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며 “민주화된 사회에서 의원 불체포·면책특권은 황제특권이다. 지체 없이 내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 문제에 대해선 “특정 정권, 정당, 정치인들이 주도해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헌법은 안 된다”며 “국민이 주도하는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