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이어 2심도 차명계좌 인정…세금 전부 납부하라고 판결

일광공영(현 아이지지와이코퍼레이션)이 2000년대 진행된 러시아제 무기도입 사업인 제2차 '불곰사업'에서 중개수수료를 받고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과된 100억원대 세금 소송에서 졌다.

이 회사 이규태 회장은 군수품 납품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11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일광공영이 성북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불곰사업은 한국이 1991년 옛 소련에 제공한 경제협력차관 14억 7천만달러 중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받는 사업으로, 현재 3차 사업이 진행 중이며 2차는 2003∼2006년 시행됐다.

일광공영은 양국 정부 사이에 2차 불곰사업 협상이 진행되던 2000년부터 러시아 무기제작업체 및 수출회사의 비공식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국내 도입을 중개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중개료를 받지 못했다.

정부가 사업 전부터 에이전트 개입 없이 직접 계약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광공영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마치 러시아와 베트남 사이 무기거래를 중개한 것처럼 꾸미고, 이규태 회장과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중개료를 수수했다.

이렇게 회사로 흘러들어 간 수수료는 총 297억 9천여만원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거래 정황을 포착한 국세청이 2009년 6월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세무서가 같은 해 7월 부가세 총 140억 9천여만원을 부과하자 일광공영은 "차명계좌로 볼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주요 쟁점은 2차 불곰사업에서 동업했던 윤모씨와 윤씨가 운영하는 외국 법인들, 이 회장이 장로로 있던 서울 한 교회 계좌를 일광공영 차명계좌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은 일광공영이 해당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사용하는 등 실제 이 회사 금고처럼 사용된 점을 근거로 차명계좌가 맞다고 봤다.

다만 차명계좌 입금액 일부는 일광공영이 3차 불곰사업에 뛰어들기로 하고 윤씨로부터 받은 투자금 내지 선수금이라 사실상 부채나 다름없다고 보고 세금 77억 7천여만원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모든 세금을 내라고 판단했다.

일광공영이 3차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윤씨가 선수금을 지급한다는 합의서도 원본이 제출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일광공영은 2차 불곰사업에서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에게 인정된 탈세액보다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됐다며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세관청이 납세자 협력 없이 과세자료를 찾아내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에 형사소송에서 기대되는 만큼의 입증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관련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된 부분을 초과한다고 해서 위법한 과세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2차 불곰사업 수익에 따른 세금 8억 8천여만원을 포탈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2012년 9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3월에도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