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정 의장 사과 요구하며 의사일정 거부
일각선 "정 의장 문제 별도로 추경은 처리해야" 지적도


새누리당은 2일에도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나 사과가 없으면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한 의사일정에 나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와 의원들은 국회 예결위 회의장을 근거지로 삼고 농성을 벌이며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포함한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한 상태다.

이날 수 차례 본청 정 의장 집무실을 찾아 면담을 요구했으며, 이 대표,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30∼40명의 의원들이 복도에서 피켓을 들고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정 의장이 본청 집무실을 계속 비워 면담이 불발되자, 새누리당 일부 강경파는 정 의장이 계속 사과를 거부할 경우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농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날 마련한 '정 의장 사퇴촉구결의안'을 국회 사무처에 정식으로 접수했다.

앞서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은 자신이 그런 발언을 하면 새누리당이 이런 식으로 반발할 것을 알고 뻔히 계산된 도발을 한 것"이라면서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인질로 잡은 정치 테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 의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함께 이룬 대한민국 의회 민주주의를 준비된 테러로 깡그리 무너뜨린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정 원내대표도 "사드 배치 반대가 국민의 뜻이냐. 그런 궤변은 더이상 늘어놓지 말라"면서 "국회의장이 사리 분별력이 있는 분인지, 아니면 여소야대에 처한 우리 여당을 정략적으로 농락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치적 편파성을 드러낸 정 의장의 사회권은 의회주의를 위해서라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시급한 민생추경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장석을 비워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경은 추경이고 정 의장 발언은 다른 문제"라면서 "정 의장이 사과하지 않거나 의사봉을 넘기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어제처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장우 최고위원 SBS라디오에서 "정 의장이 정치적 좌편향성으로 언어의 기술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정쟁을 만들었다"면서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은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70년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대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부 특정 정파의 대변인과 같은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여당 스스로 이번 추경을 일자리 창출, 구조조정 등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응급처치라고 해 놓고 처리하지 않는 데 대한 여론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 집권 여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과거 소수 야당이 하던 방식의 보이콧을 무기로 삼아 스스로 무기력함을 입증하는 꼴이기도 하다.

한 3선 의원은 "정 의장의 개회사가 특정 정파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국회 가동을 중단한다면 결국 국정 운영을 담당한 여권에 책임이 돌아온다"면서 "정 의장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되 국민의 판단에 맡기고, 여당은 여당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류미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