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사드 배치론' 첫 언급…"문제본질은 北핵·미사일 위협"
"러와 '사드' 계속 긴밀소통…푸틴과 북핵 허심탄회 논의하고 협력강화"
"러, 대북압박·제재 주도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협력 기대"


박근혜 대통령은 2일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방경제포럼 참석 등을 위해 이날 오후 러시아로 출국하는 박 대통령은 '로시야 시보드냐' 통신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나날이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적 안위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조치"라면서 "그런 만큼 사드가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으며 그렇게 할 어떤 의도나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러한 우리의 기본 입장을 러시아 측에 충실히 설명해 오고 있으며, 러시아 측에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사드 배치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 배치도 필요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뜻하는 것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이같이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에 이어 4∼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박 대통령은 이런 논리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극동지역 개발을 포함한 양국 협력에도 큰 장애물이 되고 있어 북한 문제에 대해 푸틴 대통령님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면 할수록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외교적, 경제적 고립이 심화된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가 절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북한으로서는 계속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전략적 셈법을 바꿔 핵을 포기하고 무모한 도발을 중지하도록 만들려면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에 대해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비확산체제의 확고한 옹호자 가운데 하나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극동개발을 비롯해 한러 양국의 공동발전에 큰 동력이 생기는 만큼 양국이 긴 안목을 갖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계속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90년대에 북한 요구대로 대규모 연례 연합훈련을 중지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까지 핵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북한이 연합훈련을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자의적인 핑곗거리로 삼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아무런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대화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 벌기에 악용될 것이며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뿐이란 것"이라면서"어떤 행동이 그러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북한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한러 경제협력과 관련, "양국 경제협력의 무대를 유라시아 전역으로 확대했으면 하며 특히 러시아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의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EAEU가 지난 9개월 동안 실시한 FTA 공동연구가 곧 마무리될 예정인데 한-EAEU FTA는 유라시아 경제통합과 무역자유화를 촉진해 동반성장과 소비자 후생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