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85조원 규모의 2015회계연도 예산 결산안 처리가 또 법정시한(8월31일)을 넘겼다.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로 결산안 처리도 덩달아 국회 통과가 지연됐다. 여야가 올해 결산안을 반드시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빈말’이 됐다.

국회의 결산 심사는 정부가 전년도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썼는지, 예산 집행 과정에서 중복 지출이나 낭비가 없었는지 등을 따져보는 사후 심사시스템이다. 여야는 2004년 국회법을 개정해 결산에 대한 심의·의결을 정기국회 개회(9월1일) 이전까지 완료하도록 했다(128조의2). 결산 심사 때 지적된 사항들을 다음 연도 예산안을 짤 때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결산안이 법정시한 내 국회에서 처리된 것은 2011년 한 번뿐이다. 2004년엔 석 달이 넘은 12월8일, 2013년에는 11월28일 처리됐다. 매년 결산안이 다른 안건과 연계 처리되는 구습 때문이다. 올해는 추경안과 연계됐고, 지난해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결산안 처리 전제조건으로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소위원회 구성을 내걸었다. 결국 결산안은 지난해 법정시한을 1주일가량 넘긴 9월8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부실심사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엔 347조9000억원 규모의 결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열흘 만에 모두 끝내도록 했다.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기 위한 예결위 소위원회 심사는 네 번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는 결산심사 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겼지만 졸속으로 심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달 1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각 상임위 차원의 결산심사가 이뤄진 뒤 예결위 결산심사 소위원회는 네 차례만 열렸다. 예산 385조원 씀씀이를 심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통과의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 결산 심사 도입 취지가 결산 심사 때 지적된 사항을 다음 연도 예산안을 짤 때 반영하라는 것이지만, 올해 결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정부 예산안 편성 작업은 이미 끝났다. 조기 결산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