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與 6명에 野 10명…"여당이라 손 놓지도 못해" 난감
보이콧, 합의파기, 안건조정 등 '극단적 방식' 외에 수단 없어

새누리당이 4·13 총선 참패 후 우려해온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의 '위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수의 야당이 힘을 합치면 정부·여당이 아무리 제동을 걸어도 속수무책으로 통과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날치기 통과"라고 주장한 사례는 제20대 국회 개원 이후 두차례다.

먼저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의 2015년도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예비비를 사용 목적과 달리 정부의 '노동개혁' 홍보비로 썼다는 야당의 주장에 따라 환노위는 책임자 징계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거야(巨野)의 횡포"라고 반발하며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사퇴·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제2, 제3의 날치기 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흘러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한달여 만에 다시 현실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전날 추가경정예산안 중 지방교육채무 상환 예산 등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성명에서 "협치를 무시한 야당의 날치기 강행"이라며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이 상임위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워 국회 의사 진행을 밀어붙일 경우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처럼 '사과 요구'나 '규탄' 수준인 셈이다.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는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18개 상임위 모두 야당 의원들을 합치면 여당 의원들보다 많다.

특히 야당의 첫 단독처리가 이뤄진 환노위는 전체 16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7명이다.

국민의당(2명)과 정의당(1명)이 가세하면 10명이다.

새누리당은 6명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결산안과 추경안이 소재였지만, 다음 달 1일 열리는 정기국회에서는 본격적으로 쟁점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다뤄진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임위에서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게 정부·여당의 과제지만, 수단이 마땅치 않다.

국회법상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요구다.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안건조정위에 부쳐 최장 90일간 이견을 조정하는 절차다.

안건조정위 회부는 여당이 어느 정도 시간을 버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 자체를 저지하지는 못할뿐더러, 자주 사용하는 데에도 부담이 따른다.

남은 방법은 원내 지도부의 '밀고 당기기'다.

여야 합의를 지렛대로 삼아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야당이 얻어낸 합의사항을 파기하겠다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30일 의원총회에서 "추경 처리를 오늘 하지 않으면 '백남기 청문회',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약속도 동시에 파기된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현재 여당이 야당을 확실히 움직일 만큼의 '협상력'을 갖추지는 못한게 사실이다.

국회를 아예 파행으로 몰고 가는 극단적인 선택도 가능하지만, 정부와 협조해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해야할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서는 여의치 않다.

새누리당은 제3당인 국민의당을 끌어들이는 방법 역시 선택지다.

다만 사안별로 새누리당과 더민주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국민의당이 '영원한 우군'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