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김종인·안철수·문재인 / 사진 = 한경DB
손학규·김종인·안철수·문재인 / 사진 = 한경DB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을 겨냥한 ‘새판짜기론’이 분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가, 더불어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계가 당권을 장악하자 새 구도를 만들어내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박(비박근혜)연대, 비문(비문재인)연대, 제3지대론, 대선 잠룡들을 함께 열차에 태우자는 이른바 ‘플랫폼론’, 야권 후보 통합론 등이 어지럽게 등장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가운데 절대 강자가 없는 것과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같은 제3지대론이라고 하더라도 각 정파별 추진방법이 달라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2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내년 3월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향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중심의 대선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더민주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친문 색채가 강한 온라인 권리당원 뿐만 아니라 대의원들까지 문 전 대표 측 세력이 강하다는게 입증되면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 다른 잠룡들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제3지대론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야권에선 제3지대론과 플랫폼론을 두고 각 정치세력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구상도 서로 다르다.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와 손 전 고문, 국민의당, 새누리당 비박 세력 등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제3지대론은 여야에서 친박계와 친문계를 제외한 세력들이 기존 정당을 벗어나 헤쳐 모이자는 것이다.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온 김 전 대표는 제3지대론과 플랫폼론을 내세워 정계개편에 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최근 손 전 고문과 박 시장, 안 지사 등 야권 주자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도 만났다. 그는 전대에서 추미애 의원이 더민주 대표가 된 뒤 “특정 세력만을 지지하는 권리당원들 표심 때문에 (선거) 결과가 많이 왜곡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경선 판이 만들어지겠느냐, 누가 들어오겠느냐”고 우려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내가 플랫폼을 만들고 대선행 티켓을 끊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전 고문을 중심으로 제3지대에서 정계개편을 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당은 중도개혁세력과 대권 잠룡들이 모이는 ‘둥지’역할을 자임하며 중간지대 플랫폼론을 내세우고 있다. ‘제3지대 세력 연대·통합’은 어디까지나 국민의당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민주 비주류 등이 거론하는 제3지대론과는 거리가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8일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말해,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더 이상 양극단 중 한쪽이 권력을 잡는다면 또 다시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양 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줄곧 “손 전 고문과 박 시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같은 분이 국민의당에서 함께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27일 손 전 고문을 만나 “국민의당에서 안 전 대표와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정계개편론이 당장 현실화 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권 뿐만 아니라 여당에서 호응이 있어야 하나 새누리당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다.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특정 후보 밀기를 가시화 하면 비박계 주자들이 제3지대와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병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친박 대표에 이어 친문 대표가 탄생한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라며 “제3지대가 현실정치에 실패한 사람들의 소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다만 연정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남 지사는 “탈당은 없다”며 당 밖 제3지대 합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1997년 국민신당 사례 등에서 봤듯,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