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팀이 29일 압수수색을 실시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정강’에서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정강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다. 연합뉴스
검찰 특별수사팀이 29일 압수수색을 실시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정강’에서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정강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다. 연합뉴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29일 우 수석의 가족 회사인 ‘정강’과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실, 사무실 등 여덟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이날 두 사람과 관련한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수사의 공평성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 유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 동시 압수수색

검찰은 이날 서울 반포동에 있는 정강 사무실에서 회사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업무 자료 등을 확보했다. 우 수석 가족은 정강 법인자금으로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차를 빌리고 통신비로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우 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땅을 비싼 값에 사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넥슨코리아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우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전출 의혹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이상철 차장실과 관용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우 수석 아들이 이 차장 운전병으로 배치된 인사발령 과정과 휴가·외박 등 근무여건에 특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서울 청진동 특별감찰관실도 샅샅이 뒤졌다. 검찰은 감찰관 집무실을 중심으로 감찰 업무 관련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 특별감찰관과 한 언론사 기자의 휴대폰도 압수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한 언론사 기자에게 “특별감찰 대상은 우 수석 아들과 가족 회사 정강이다”, “특별감찰 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기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의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특감 “일할 수 있는 상황 아니다”

이 특별감찰관은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전격적으로 자진사퇴를 결심한 뒤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첫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된 지 1년5개월 만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청진동 사무실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 직을 유지하는 게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며 “여러모로 특별감찰관 자리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도 앞두고 있으니 일반 시민 입장에서 잘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르면 30일 사표 수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호화 외유 논란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박수환 대표(58)와 같이 대우조선해양의 ‘호화 외유’를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아온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은 이날 주필직에서 물러났다.

송 주필은 이날 견해 표명을 통해 “최근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수사 과정에서 나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된 것을 보고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 주필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주필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송 주필은 “이번에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의혹에 휘말리게끔 된 나의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2011년 9월 박수환 대표와 함께 호화 유럽 여행을 제공받은 유력 언론인은 송 주필”이라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송 주필이 그리스 국가 부도위기 당시 취재 차원의 출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일정은 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등 관광지 위주로 짜여 있다”며 “초호화 요트, 골프 관광에 유럽 왕복 항공권 일등석도 회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8박9일 동안 들어간 경비를 전부 합치면 2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2009년 대우조선해양에서 제작해 독일에 납품한 쌍둥이배 ‘노던 제스퍼’, ‘노던 주빌리’호 명명식에 당시 조선일보 논설실장이었던 송 주필의 배우자가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 수석 논란에 대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엔 “두 사건은 별개의 문제다. 각각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선/김채연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