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설파하며 야권 역학구도에 계속 목소리낼듯
잠룡들 잇따라 접촉…文과 관계회복 여부도 주목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새 지도부를 뽑는 27일로 7개월여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그 이후 역할론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전대 후 더민주의 '친문(친문재인)' 독주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제3지대론' 등도 제기되고 있어 "친박(친박근혜)도, 친문도 자신의 지지기반만으로는 대통령이 못된다"고 공언한 김 대표가 활발히 움직이며 정계개편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김 대표는 자신이 시대정신으로 제시한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설파하면서, 물밑에서 대선주자들을 접촉해 정권교체를 준비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1월 구원투수로 자신을 당에 끌어들였지만 4·13 총선 이후 관계가 껄끄러워진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7개월간의 광폭행보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김 대표는 임기 마지막 날인 26일에도 MBC라디오 인터뷰를 진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경제분야에서 격차를 해소해야 하지 않나.

룰이 공정해져야 한다"며 "한쪽 세력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며 좌지우지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기국회 일정 등을 감안, 애초 계획했던 독일 방문 계획은 취소했다.

대신 전국 각지를 돌면서 경제민주화 순회강연을 하는 방안도 주변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김 대표는 당의 진로나 당내 세력들의 역학구도에도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도 "(차기 지도부가) 너무 지나치게 한 계파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당을 어떻게 이끌어야 대선에서 승리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등 친문 진영에 견제구를 날렸다.

김 대표 지도부에서 비대위원을 맡았던 이개호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당이 지나치게 좌클릭한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김 대표가 균형을 맞췄다"며 "그분의 성품으로 봐서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또 목소리를 낼 것 같다.

그분이 있는 듯, 없는 듯 계실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역할이 더민주라는 틀에 갇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 안팎의 경계를 허물며 내년 정권교체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추미애 후보와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정황 등을 두고 거친 공방을 벌인 만큼, 만일 추 후보가 당선된다면 김 대표는 더욱 외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이 경우 친박진영과 친문진영을 제외한 정치세력이 규합해야 한다는 '제3지대론'과 함께 야권의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대표는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잠룡은 물론 남경필 경기지사 등 여권의 대권후보들까지 골고루 만나가며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화해 여부도 주목된다.

김 대표는 이날 리다오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깊이 전반적인 국가상황에 대해 얘기를 해 본적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뭐라고 얘기하기가 참 어렵다"고만 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때 공동운명체로 얽혔던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화해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나아가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 의향을 묻자 "그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나는 가능하지 않은 걸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그런 걸 목적으로 해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목적으로 더민주 대표로 와서 당을 수습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얘기는 논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는 등 묘한 여운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