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비대위 참석하는 김종인 대표 > 오는 27일 임기가 끝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비대위 회의에 우상호 원내대표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마지막 비대위 참석하는 김종인 대표 > 오는 27일 임기가 끝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비대위 회의에 우상호 원내대표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 ‘거야(巨野)’를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초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세법 전쟁을 시작한 데 이어 경제민주화 입법 전쟁도 선포했다. 주요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를 선정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장하는 이른바 ‘김종인표 경제민주화’ 과제들이다.

4년 전 퇴짜 맞은 '경제민주화' 다시 밀어붙이는 김종인
더민주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최운열 의원은 24일 9월 정기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경제민주화 과제 34개를 선정, 당 비상대책위에 보고했다. 여기에는 법인세율 인상과 고소득자 및 자산가 과세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이미 발의된 법안이 다수 포함됐다.

더민주는 여기서 더 나아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집단소송제 확대, 독립적 사외이사 선출 등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한 입법 과제를 대거 추가해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은 김 대표가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혀 접었던 것이다. 4년이 지나 야당 대표로서 다시 꺼내들었다.

김 대표는 오는 27일 당 대표직을 그만둔 뒤에도 당내에 경제민주화연구소를 설립해 관련 입법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해 내년 19대 대선까지 끌고 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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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퇴짜 맞은 '경제민주화' 다시 밀어붙이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팀이 선정한 34개 경제민주화 과제는 크게 ‘공정한 시장 경제’와 ‘더불어 사는 세상’ 두 축으로 나뉜다. 이 두 축을 토대로 세부적인 과제들이 나열돼 있다. 이 양대 축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12년 대선 때부터 줄곧 언급해온 사항들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공약을 총괄했던 김 대표는 당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등에서 “경제민주화는 시대의 요구이고, 이를 실현하려면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 룰을 만들고 과도하게 벌어진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4년 전 새누리 공약을 더민주로

경제민주화 34개 과제 상당수는 18대 대선 때 김 대표가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마련한 공약들이다. 이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집단소송제 확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당시 공약으로 최종 채택됐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박근혜 정부 들어 입법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입법화되면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되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막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제1야당인 더민주 대표가 돼 과거 실행되지 못한 공약을 정책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경제민주화 TF 단장인 최운열 의원은 “집단소송제 확대 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법안,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 등을 9월 정기국회에서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현 실패한 공약도 재추진

김 대표가 4년 전 대선 공약으로 밀어붙였지만, 당내 반대로 무산된 것들도 이번 더민주 과제로 대거 가져왔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제도 해소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당시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의결권 규제’를 내놓은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한진 한화 현대그룹 등 많은 대기업이 여기에 해당돼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최종 공약엔 포함되지 못했다.

법인세율 인상이나 고소득자 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 등도 ‘포용적 성장’을 명분으로 내건 김 대표가 계속 고민했던 사항이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법인세나 소득세율을 인상하자는 당시 민주당(현 더민주)의 공약에 대해 “세제를 단편적으로 세율 하나만 고치는 건 비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동시에 “지금 세제는 재분배 기능을 도외시한 부분이 있으며 이런 세제가 계속되면 양극화가 더 커진다.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국민 개세주의는 ‘모순’

더민주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에는 대기업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환원하고, 고소득자와 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동시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를 추진하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하지만 고소득자와 대기업에만 세금을 올리면서 개세주의를 실현하자는 주장은 모순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더민주는 지난 2일 세제개편안 발표 시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전체 근로소득자의 48%에 달하고 있음에도 이를 축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표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 대표는 오는 27일 대표 퇴임 이후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당 외곽에 경제민주화포럼을 세워 의원과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몰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후/김기만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