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이상 비행능력 갖춰…고체연료 사용·1,2단 분리성공
신포급 잠수함 잠항능력 몇시간 불과…잠수함 실전능력 갖추려면 시간걸려

북한이 24일 시험 발사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초기비행 단계를 넘어서 탄도미사일로서 성능을 발휘하는 수준까지 도달, 실전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들어 3번째, 지금까지 모두 4번째 공개적인 시험발사를 거치면서 SLBM의 기술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SLBM의 기술 수준으로 미뤄 이르면 올해 연말에라도 실전배치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SLBM 시험발사를 통해 비행거리를 30㎞(4월 23일 발사)에서 500㎞로 16배 이상으로 늘렸다.

연료(고체)를 가득 채워 정상적으로 발사했다면 2천㎞ 이상을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량을 조절했음에도 1단 추진체의 추진력이 상당히 강했으며 1, 2단으로 분리되어 2단 추진체가 발사지점인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500여㎞ 떨어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안으로 떨어졌다.

수중 신포급(2천t급) 잠수함에서 사출된 SLBM은 수면 위에서 점화돼 정상보다 높은 각도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LBM은 이날 JADIZ를 80㎞가량 침범했으나 그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 추진체의 최대추력을 시험하려는 의도로 연료량과 비행 각도를 조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비행거리는 SLBM이 수중 잠수함에서 사출돼 수면 위에서 점화(콜드 런치)되는 초기비행시험 단계를 벗어나 탄도미사일로서의 성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SLBM은 점화돼 탄도미사일로서의 비행궤적(포물선)을 보였으며 적당한 고도에서 1, 2단으로 분리됐다.

최대고도 400㎞ 이상으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시험 단계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북한은 이번에 비행시험에 성공한 SLBM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제는 대량 생산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시험발사를 위해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한 정황을 연합 정보수집 자산으로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SLBM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지, 신포급 잠수함이 실전능력을 갖췄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LBM을 대량 생산하더라도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으면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이를 탑재할 잠수함의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시험발사가 핵탄두 기폭장치를 시험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적어도 500여㎞를 비행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2단 추진체(탄두)가 공중에서 터졌어야 하는데 그런 정황은 식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3월 핵탄두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구(球)형 물체를 공개하는 등 핵탄두 소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북한이 1990년대 러시아에서 들여온 골프급 잠수함 1척을 개조해 만든 신포급 잠수함은 아직 실전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포급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몇 시간에 불과해 동해 원거리 수중이나 북방한계선(NLL) 남쪽 수중에서 은밀한 기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즉 몇 시간 마다 수면 위로 부상해 '스노클링(Snorkeling)'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미 연합감시전력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노클링은 재래식 잠수함이 축전지와 압축 공기를 충전하거나 함내 공기 순환을 목적으로 스노클마스트를 수면으로 노출시켜 발전기를 작동하는 상황을 말한다.

북한은 앞으로 잠항능력 확보를 위해 신포급 잠수함을 개량할 것으로 관측되어 신포급 잠수함이 실전에 투입되려면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신포급 잠수함에는 SLBM 발사관이 1개밖에 없으므로 1발을 쏘게 되면 잠수함 기지로 복귀해 기중기를 이용해 SLBM을 다시 탑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또는 3천t급 이상의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미 연합 정보수집 망에 핵추진 또는 대형 잠수함 건조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면 이를 요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발사한 SLBM은 해상 50㎞ 상공에서 마하 10(음속의 10배)의 속력으로 낙하한 것으로 분석됐다.

군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마하 14의 속력으로 요격할 수 있어 SLBM도 요격범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 이론에 불과하다.

잠수함은 기지를 빠져나와 잠항하고 나면 이를 찾아내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고, 잠수함을 발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 언제 어디서 미사일을 발사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BMD(탄도미사일방어) 레이더는 120도의 범위를 담당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어 후방으로 침투하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BMD 레이더가 360도의 탐지 능력을 구비했다고 하더라도 SLBM이 자세 각도를 낮춰서 낮은 고도로 발사할 경우 탐지부터 요격까지의 대응시간이 줄어들고, 저고도로 비행함에 따라 지구곡률에 의해 탐지가 제한되는 음영구역이 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